같은 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에게 정기고사 문제를 사전에 알려줬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 강남 ㅅ고교 ㅎ교무부장이 해당 시험지를 여러차례 단독 검토한 뒤 결재까지 한 사실이 교육청 감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두 자녀가 ‘시험 뒤 수정된 정답의 이전 정답’을 오답으로 11차례 써내거나, 모의고사에서는 최상위 성적을 내지 못했던 점도 확인됐다. 시 교육청은 “시험 자료 유출 여부가 최종 확인되지 않았지만 개연성이 있다”며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29일 내놓은 ‘ㅅ여고 학업성적 관리 특별감사 결과’를 보면, 이 학교 교무부장 ㅎ씨는 지난해부터 6차례 정기고사 관리 업무를 맡으면서 시험 문제·정답을 단독으로 검토한뒤 결재까지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ㅎ씨는 각 과목별 문제지를 취합해온 고사 담당교사가 수업 참여 등으로 자리를 비울 경우, 1시간여 가까운 시간동안 혼자서 문제와 정답을 살펴봤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ㅎ씨가 ㅅ학교 누리집 게시판을 통해 “공개된 장소에서 1분간 형식적 오류를 잡아낸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감사 과정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시험·정답지는 교감의 최종 결재를 거쳐 인쇄한 뒤 정답지만 교장실 금고에 보관되는데, 부정행위를 감시할 폐회로텔레비전(CCTV)는 인쇄실에만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감사 결과에서 시험문제 유출이 실제 이뤄졌는지 여부는 확정하지 못했다. 이민종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은 “교무부장이 문제지와 정답지를 검토·결재하는 과정에서 정기고사 자료를 유출했을 개연성이 있으나 감사로는 이를 밝힐 수 없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해 의혹을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ㅅ고교에서는 시험 문제·정답지 관리 업무 등을 맡는 교무부장 ㅎ씨의 두 자녀가 올해 성적이 급상승하면서 각각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하자, 시험 문제 유출 의혹이 제기됐고 교육청이 특별 감사에 나선 바 있다. 실제 ㅎ씨는 지난해부터 6차례 정기고사의 시험문제와 정답지를 검토한 뒤, 중간 결재를 담당하는 업무를 맡아왔다. ㅎ씨는 지난해 두 자녀가 같은 학교로 배정되자 ‘시험 관리 감독 업무를 맞는 게 적절하느냐’는 문의를 했지만, 학교 쪽이 “관행적으로 (교사 부모의 시험지 관리 업무를) 배제하지 않았고,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ㅎ씨의 두 자녀가 2017년 이후 6차례 정기고사에서 시험이 끝난 뒤 오류가 확인된 문제의 ‘종전 정답’을 써낸 경우가 9차례 있었던 점도 확인됐다. 이 가운데 하나는 정답 번호를 맞추는 객관식이 아닌 ‘계산 공식’을 써넣는 서술형도 있었다. 다만 두 자녀가 같은 문제의 ‘정정 전 정답’을 써낸 것은 1학년 2학기 수학Ⅱ 한차례였고, 당시 시험을 치른 학생 70% 정도가 이들과 똑같은 ‘오답’을 써냈던 것으로 감사관실은 확인했다. 또 두 자녀가 교사 자녀여서 수행평가 만점을 받았다는 의혹은 해당 학교 학생 80~90% 가량이 수행평가에서 만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사실이 아니었다. 아울러 감사관실 쪽은 “두 자녀가 (문·이과 1등을 하기 이전인) 모의고사에서는 최상위권 성적을 내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시 교육청은 ㅅ여고가 시험지 관리를 맡는 교사와 자녀가 재학중인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는 점을 문제삼아, 학교 쪽에 해당 교무부장과 함께 이 학교 교장, 교감의 중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 고등학교 학업성적관리지침’은 교사가 자녀와 같은 학교에 있는 경우, 해당 학년의 시험문제 출제와 검토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당시 과목별 시험문제를 취합해 ㅎ교사에게 건넸던 고사 담당 교사는 경징계 대상에 올랐다.
시 교육청은 비슷한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배정되지 못하도록 하는 ‘상피제’ 확대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또 사립학교의 경우, 이를 강제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교사-자녀가 함께 학교를 다닐 경우 이를 ‘학업성적 관리 상황 집중 관리’ 대상으로 삼아 특별 점검하기로 했다. 또 장학사들이 학교를 직접 방문해 시험문제 출제와 보안문제 등 실태를 확인하고, 폐회로텔레비전 설치 현황도 점검하기로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4대 비리 가운데 하나인 학업성적 관련 비리를 엄중 조처하고, 공익 제보된 건에 대해서는 철저한 감사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성적 관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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