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농민회가 우리밀 음식으로 차린 백남기 열사의 추석 차례상. 보성/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경찰 물대포에 맞아 숨진 고 백남기 농민의 의료비 문제가 법정으로 넘어가게 될 전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은 지난달 백남기 농민의 의료비를 국가와 전·현직 경찰들이 내라고 구상권을 청구했으나 납기 마감일인 지난달 31일까지 의료비가 납부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에서 백남기 농민의 사망이 경찰의 과잉진압에 따른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유가족과 협의해 사과할 것 등을 경찰에 권고한 바 있음에도 정부가 법원에 판단을 미루는 모양새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의 소송을 대표하는 법무부 의견에 따라 건보에서 국가와 전·현직 경찰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한 것에 대해 소송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경찰은 법무부에 소송없이 의료비를 납부한다는 의견을 전했으나, 법무부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 법적 근거가 마련된 뒤 납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유족 쪽에 사과도 했고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결론도 과잉진압으로 나는 등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의료비를 납부하자는 뜻을 법무부에 전했다”며 “국가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부에 최종 결정권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건보는 국가와 강신명 전 경찰청장,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살수차 운용요원 등을 상대로 백남기 농민이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병원에 이송된 뒤 2016년 9월 사망할 때까지 지급된 의료비 2억6300만원을 지난달 31일까지 납부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다만 당장 소송으로 시작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차 납부일이 지났지만, 아직 2차 납부 시한이 3개월 남아있기 때문이다. 건보 관계자는 “11월 말까지 납부 시효가 남아 있기 때문에 그 이후에 소송 여부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만약 소송이 진행돼 법원에서 의료비 지급 판결이 나오더라도 당시 현장 지휘관과 살수차 요원 등 개인들이 배상액을 부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연대 책임이기 때문에 국가가 의료비를 납부하면 개인들의 채무는 사라진다”며 “직원들이 직접 배상할 일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수경 황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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