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한 대학강사가 교원지위 회복 등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류우종 <한겨레> 기자
열악한 처우에 내몰린 대학 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고, 이들에 대한 퇴직금과 건강보험 보장 등 안전망을 강화하는 내용의 ‘대학 강사 제도개선’에 대학과 강사들이 처음으로 합의했다.
대학과 강사 대표, 교육전문가 등 12명으로 구성된 ‘대학강사 제도개선협의회’는 3일 “고등교육법 문제가 오랜 기간 해결되지 못했으나, 지난 5개월간 18차례 논의를 거듭한 끝에 단일안 마련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강사법’으로도 불리는 고등교육법 개선안 마련에 이해당사자가 뜻을 모은 만큼, 7년여를 끌어온 대학 강사 논란도 실마리를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개선안은 교수·부교수·조교만 ‘교원’으로 인정해온 현행 제도에 ‘강사’를 추가하기로 했다. ‘대학 시간 강사’ 등으로 불려온 명칭도 ‘강사’로 통일된다. 교원 지위를 얻게 되면서, 기존 교원과 마찬가지로 형사처벌이나 임용계약을 위반하지 않는 이상, 임의로 면직·권고사직 되지 않는다. 임용기간도 학기 단위가 아닌 최소 1년 이상으로 바뀌게 된다. 억울한 징계 처분이나 정당한 이유없이 재임용을 거부당하면 소청심사도 청구할 수 있다. 불안정한 신분 탓에 ‘보따리 강사’로 불려왔지만, 최소한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게 된 것이다.
근로 조건과 임금·복지 처우도 한결 나아진다. 먼저 주당 책임 강의시간이 원칙적으로 6시간을 넘기지 못하게 된다. 학교장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만 최대 9시간까지 수업이 가능하다. 방학기간 중 수업을 하지 않더라도 기존 교원처럼 일정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3개월 이상 근무한 강사는 직장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방안도 담겼다. 학교를 그만둔 뒤에는 강의기간과 관계없이 퇴직금을 받게 된다. 아울러 개선안은 대학, 정부, 강사가 함께 기금을 출연해 ‘대학 강사 퇴직공제제도’를 운영하도록 법·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
대학 강사 문제는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로 근무하던 ㅅ씨가 처우 개선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이듬해 국회가 개정 고등교육법을 마련했지만 당사자들의 반발로 7년여간 4차례나 시행유예가 되다가, 지난 3월 대학과 강사 쪽 대표들이 포함된 제도개선협의회를 중심으로 단일안 합의를 모색해왔다. 협의회는 이번 개선안 내용이 반영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첫 단일안으로 강사만이 아니라 다른 비전임교원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확대 개선안”이라며 “국회가 조속한 시일 내에 법 개정과 예산 배정을 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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