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변호사)이 지난 12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변호사)이 구속될까.
유 전 연구관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20일 오전으로 잡히면서 영장 발부 여부에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법농단 사건 ‘1호 구속영장’으로 상징성이 큰 데다, “수사에 더 적극 협조하겠다”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최근 발언 직후 영장이 청구돼 주목도가 높다. 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20일 밤 늦게나 21일 새벽 결정될 전망이다.
검찰의 이번 영장청구는 유 전 연구관을 구속하는 강제 수사를 통해 사법농단의 핵심이자 가장 큰 난관인 재판 거래의 실체를 밝히겠다는 포석이다. 그는 재판연구관 100여 명을 총괄 지휘하는 수석재판연구관이 되기 전인 2014년 2월부터 2년간 선임재판연구관을 거쳤는데, 이 자리는 행정처와 대법관들을 잇는 ‘고리’에 해당한다. 당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에 ‘올인’하던 시기였다.
유 전 연구관은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휘 아래 작성된 강제징용 소송 지연 관련 문건을 전달받은 당사자로 지목돼 있기도 하다. 검찰은 유 전 연구관을 구속해 이 문건의 내용이 대법관들의 상고심 판단에 실제로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검찰은 유 전 연구관에게 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 변호사법 위반 등 모두 6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이 가운데 새롭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다. 법원에 있을 때 알던 사건을 변호사로 개업한 뒤 수임했기 때문에 변호사법의 ‘수임 제한’(제31조)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법농단 수사의 본령과는 거리가 있는 일종의 ‘별건 혐의’인 셈이다.
검찰은 “혐의가 무겁다. 이런 사안이면 우리 사법체계에서는 구속 수사를 해왔다”며 영장 발부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반면 유 전 연구관은 “해당 사건은 (자신이) 대법원을 떠난 뒤에 (연구관 검토) 보고가 이뤄져 무관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영장 발부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기각된 압수수색영장에 견줄 때 추가된 혐의사실이 변호사법 위반 한 가지뿐이어서 발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한 판사와 이번 구속영장을 심사하는 판사가 다르긴 하지만, 같은 법원이 이미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를 뒤집을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것이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새로 적용된 변호사법의 수임 제한 조항은 벌칙이 징역 1년 이하·벌금 1000만원 이하로 비교적 가볍다. 이 정도로 구속을 허가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원에서 들고 나온 수만 건의 문서를 파기한 유 변호사의 영장이 기각되면 법원을 향한 비난 여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이 ‘진퇴양난’의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린 셈이다. 강희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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