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의 중심인 법원행정처를 폐지해 그 권한을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에 넘기고, 기존의 법원행정처는 집행 업무만 맡는 법원사무처와 대법원 사무국으로 분리·재편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20일 법원 전산망을 통해 배포한 ‘법원 제도개혁 추진에 관해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께 올리는 말씀'을 통해 사법행정기구 개편을 비롯한 향후 개혁방안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사법개혁과 관련해 사법발전추진위(위원장 이홍훈)가 건의한 내용을 구체화하는 실무추진기구도 법원행정처를 배제한 법관대표와 외부인사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앞으로 추진할 사법부의 구조개편은 법원의 관료적인 문화와 폐쇄적인 행정구조를 개선하는 데에 집중될 것”이라며 “위계적인 법원 조직을 헌법이 예정한 대로 ‘재판기관들의 수평적인 연합체’로 탈바꿈해 법관 관료화를 방지하고, 정책 결정과 제도설계를 수평적 회의체가 담당하도록 함으로써 행정구조의 폐쇄성을 극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이를 위해 우선 “여러 문제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겠다. 관련 법령이 정비되는 대로 적정한 수의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가칭 ‘사법행정회의’에 사법행정에 관한 권한을 부여하고, 법원행정처는 오로지 집행 업무만 담당하는 법원사무처와 대법원 사무국으로 분리·재편하겠다. 대법원과 법원사무처도 장소적으로도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법원사무처에는 상근법관을 두지 않겠다. 2019년 정기인사를 통해 법원행정처 상근법관의 3분의 1 정도를 줄이고 대법원장 임기 안에 법원사무처의 비법관화를 완성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정기인사부터는 각급 법원장 임명 때 소속 법원 법관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를 시범 실시해 임기 안에 전국 법원에 안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임의어 검색 등을 통해 전국 법원의 판결서를 쉽고 편리하게 검색·열람할 수 있는 ‘통합 검색·열람시스템’을 도입하고 단계적으로 공개 범위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개혁의 추진 방안과 관련해, “사법발전위원회가 건의한 내용을 구체화하는 실무적인 제반 후속 조처는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법원행정처가 아닌 ‘외부인사와 법관대표들이 참여하는 별도의 추진단’을 구성하여 투명한 절차를 통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사법발전위원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법원공무원노동조합으로부터 법원 안팎 인사들을 추천받아 대법원장 직속의 실무추진기구인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을 구성하겠다. 추진단은 사법발전위원회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외부 법률전문가 4인과 법관 3인으로 구성될 것이며, 법원행정처는 운영지원과 자료제공, 토론과 의견제안 등의 역할만 한다. 추진단은 사법행정회의 신설과 법원행정처 폐지 등의 방안을 구체화한 관련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 대법원장에게 건의할 것이며, 개정 법률안은 올해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와 별도로 “상고심제도 개선, 전관예우 논란이 계속되는 재판제도의 투명성 확보방안 등 사법부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 입법부와 행정부 및 외부 단체가 참여하는 ‘보다 큰 개혁기구’의 구성 방안도 조만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실무추진단은 올해 말까지 활동하기로 돼있는 사법발전위의 결과물을 추진하는 곳이 된다. 이와 별도로 사법발전위로는 진행하기 어려운 사안이나 큰 틀에서 추진돼야 할 주제들은 ‘보다 큰 개혁기구’를 통해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법원장은 다만 “사법발전위가 이미 건의한 내용 가운데 고등법원 부장판사 폐지 및 윤리감사관의 개방직화와 관련한 법률 개정안은 인사 등을 고려할 때 입법을 서둘러야 할 상황이다. 법원 안팎의 공감대도 이뤄졌다고 판단해, 추진단의 검토가 이루어지기 전에 곧바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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