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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추워지는데 아직 75m 공중에’…파인텍 고공농성자 긴급진료

등록 2018-09-30 16:23수정 2018-09-30 21:53

의료진 “두 노동자 모두 몸무게 6~7㎏ 빠져”

한의사, 심리상담사, 의사 등이 30일 오후 323일째 서울 목동열병합발전소 3번 굴뚝 위에서 농성 중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의 홍기탁, 박준호 조합원의 건강상태를 살핀 뒤 내려오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한의사, 심리상담사, 의사 등이 30일 오후 323일째 서울 목동열병합발전소 3번 굴뚝 위에서 농성 중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의 홍기탁, 박준호 조합원의 건강상태를 살핀 뒤 내려오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을 찌를 듯 쏟은 75m 굴뚝 위로 세 사람이 올랐다.

홍종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의사, 오춘상 길벗한의사회 원장, 하효열 심리치유공간 ‘다락’ 치유단장 등 의료진 3명은 30일 오전 11시께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굴뚝에 올라갔다.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3번 굴뚝에는 홍기탁 파인텍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이날로 323일째 농성 중이다. 스타플렉스 자회사, 천막 제조업체인 파인텍 노동자들은 2006년부터 정리해고 문제 등으로 장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파인텍 노동자를 진료하기 위해 의료진이 굴뚝 위를 오른 건 지난 1월과 4월, 7월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굴뚝 위에서는 채혈·혈압 검사와 심리상담, 침 시술 등이 진행됐다.

낮 12시까지로 예상됐던 진료는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오후 2시30분께 진료를 마치고 땅으로 내려온 홍종원 의사는 “통상 3개월에 한 번씩 진료를 해왔다. 하지만 최근 홍기탁, 박준호 조합원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체중이 눈에 띄게 줄어 건강상태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 급하게 올라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름에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50도가 넘는 굴뚝 위에서 시달렸고, 추석 이후에는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고 일교차가 커져 건강상태가 나빠졌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홍 의사는 “다행히 심각한 문제는 없지만, 체중 감소가 크고 기력이 많이 떨어졌다”며 “근육도 계속 빠져나가 찬바람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이날 잰 홍기탁 전 지회장의 몸무게는 59㎏, 박준호 사무장의 몸무게는 49㎏이었다. 두 사람 모두 농성 전보다 6~7㎏가량 살이 빠졌다. 몸은 겨울을 날 재산을 잃어가고 있었다.

오춘상 원장은 “지난 1월 처음 두 노동자를 품에 안았을 때와 8개월이 지난 지금 느낌이 다를 만큼 두 사람이 너무 왜소해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내려오는 길에 굴뚝 중간에 있는 방해물인 까치집을 다 제거했다. 하지만 진짜 두 노동자가 내려오는 걸 막는 방해물은 까치집이 아니라 정부와 사용자 쪽이다. 두 사람이 더 아프지 않도록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촉구했다.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 굴뚝 진료를 한 하효열 단장은 “두 사람이 추석을 가족과 보내지 못해 가슴 아파하고 굴뚝 밑에서 애쓰는 동지들에게는 미안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은 10월3일 조합원 총회 형식의 결의대회와 문화제 등을 열고 하늘 위에서 두 번째 겨울을 맞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질 계획이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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