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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헌법소원 안 냈다고 또…‘과거사 배상’ 두번 우는 피해 유족들

등록 2018-10-17 05:01수정 2018-10-17 19:14

대법 손배소 제기 ‘6개월 제한’에
재심서 무죄 받고도 배상 못받아
올해 헌재서 위헌 결정 내렸지만
헌소 제기 48건만 재심 청구 가능

법원 확정 판결 피해자들 ‘속앓이’
“입법으로 모든 피해자 구제해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출입구 위쪽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출입구 위쪽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 한겨레 자료사진
“똑같이 국가가 고문해서 받은 허위자백으로 간첩이 된 건데 헌법소원 낸 사람만 구제받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습니까?”

16일 고 황병구씨의 사위 김원규(53)씨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답답함을 호소했다. 황씨는 1985년 경찰관에 의해 영장 없이 연행돼 22일간 불법구금됐다. 가혹행위도 당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황씨는 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사람들은 법정에서 불법 구금과 고문을 증언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황씨의 억울함은 27년이 지난 2012년 재심에서 무죄가 나오며 풀리는 듯했다.

그런데 2014년 부산지법은 “손해배상 소송이 형사보상 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후에 제기돼 손해배상청구권 시효가 소멸했다”며 유족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이 재심 무죄 사건의 손해배상 청구 기간을 형사보상 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로 갑자기 줄인 데 따른 것이었다. 양승태 대법원이 ‘박근혜 대통령 국정운영 협력 사례’로 꼽은 판결이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8월 국가폭력 사건에서 국가의 책임을 크게 줄인 2013년 대법원 판결을 바로잡는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당시 헌법소원을 제기한 48건만 재심 청구가 가능해 황씨 가족처럼 이미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은 구제받을 길이 없다. 김씨는 “굉장히 억울했지만 법원에서 그렇다고 하니 반박할 법적 지식도 없는 저희는 헌법소원은 생각도 못 하고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남편 가족들이 조작간첩으로 몰렸던 황욱희(73)씨도 대법원의 ‘6개월 제한’ 판결에 걸려 손해배상을 받지 못한 조카들을 생각하면 속상하다. 황씨의 남편인 신귀영씨는 대법 판결 전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위자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조카들은 1·2심 모두 승소하고도 2013년 대법원 판결 탓에 배상을 받지 못했다. 황씨는 “그때도 너무 기가 차서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싶었다. 헌재에서 바로잡는 결정이 나오면 저희도 똑같이 혜택을 보는 줄 알고 기다렸다. 국가의 잘못으로 두 번이나 이런 피해를 입었는데 보상을 안 해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이들 말고도 박정희 유신독재정권 시절 긴급조치 피해자들도 “국가배상 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결을 취소해 달라”는 재판소원을 냈지만 헌재는 이를 각하한 바 있다. 이 재판 역시 양승태 사법부의 국정운영 협력 사례 중 하나다. 이상희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재심을 할 수 없는 피해자들과 긴급조치 사건 피해자의 경우 입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다만 아직 확정판결을 받지 않은 긴급조치 사건은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쪽으로 판례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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