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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법농단은 죄인가’ 논쟁에…임종헌 구속으로 답한 법원

등록 2018-10-28 17:00수정 2018-10-28 21:11

뉴스분석 | 임종헌 전 차장 구속 의미와 수사 전망
“범죄사실 상당 부분 소명”
영장발부 이유로 밝혀
양승태 등 윗선 수사 탄력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에 대하여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및 역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 자료,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

지난 27일 새벽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영장을 내주며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밝힌 이 짧은 한 문장이 앞으로 사법농단 수사의 ‘종착점’을 가늠할 수 있는 방향타가 될 수 있을까.

일단 검찰은 ‘사법농단이 죄가 되느냐’는 법리 논쟁은 일단락됐다고 평가하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윗선 규명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2∼17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을 연이어 맡으며 ‘차기 대법관 영순위’로 거론되던 임 전 차장은 검찰이 포착한 재판 거래와 시도, 법관 사찰 등 40여개에 이르는 거의 모든 혐의를 관통하는 핵심 인물이다.

28일 검찰 핵심 관계자는 “그간 (사법농단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법원이 그에 대해 (죄가 된다는) 답을 냈다. 향후 수사는 진실 규명과 책임자 규명으로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농단 관련 수사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배당(6월18일)된 이래, 검찰 수사에 반대하는 법원 내부 인사 등을 중심으로 “법원행정처 직무 범위에 비춰볼 때 부적절했던 건 명백하지만 처벌은 또 다른 문제”라는 식의 방어논리가 형성됐다. 지난 8월 일제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문건을 작성한 전·현직 판사들의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하며 법원이 내놓은 논리가 대표적이다. 당시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문건 내용은 부적절하지만 일개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에 따라 대법관이 재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행정처가 재판에 영향을 끼칠 위치에 있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법원 ‘사법농단 직권남용으로 처벌’ 쐐기…수사 급물살

‘부적절하지만 죄 안된다’ 논리에
검찰 ‘명백한 직권남용’ 정면승부
범죄 성립’ 판결로 논쟁 일단락

검찰 “진실규명·책임자 처벌 집중”
양승태·박병대·고영한 등 정조준

임종헌쪽 “부당한 구속” 혐의 부인
‘윗선 규명 쉽지 않을 것’ 전망도

실제 법원조직법은 행정처 직무 범위를 법원 인사·예산·회계 등 ‘사법행정 사무’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26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과 6시간에 걸친 법리 공방을 벌인 임 전 차장 쪽은 이런 법조문 등을 근거로 “행정처 차장은 판결에 영향을 끼칠 직무상 권한(직권)이 없다”는 논리로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임 전 차장의 행위가 법령에 규정된 직무상 권한이 아니기 때문에 남용할 직권 역시 없었다는 것이다. 또 행정처 심의관(법관)들에게 법관 사찰 등의 문건을 작성하게 한 혐의에 대해서는 “업무의 일환”이라는 취지로 방어했다고 한다. 행정처 차장의 직무상 권한인지가 애매할 때는 ‘직권’ 여부를, 직무상 권한이 명백할 때는 ‘남용’ 여부를 다툰 것이다.

하지만 법원이 직권남용 등 혐의가 적용된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이 소명됐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대반전’을 맞았다. 영장 기각이 거듭되며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사법농단은 죄가 안 된다’는 논리가 더는 발붙이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서울지역 한 판사는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죄는 안 된다’는 임 전 차장 쪽 주장에 대한 법원의 일차적 판단은 ‘죄가 된다는 것’이다. ‘범죄사실 소명’이라는 표현 자체가 형사처벌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가 성립된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리논쟁에서 당분간 자유로워진 검찰 수사는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임 전 차장 구속영장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통합진보당 재판 개입 △일선 재판부의 한정위헌제청 결정 번복 △법관 사찰 △헌법재판소 기밀 유출 △공보관실 예산 비자금 조성 등 여러 사안에서 임 전 차장과 공모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 또 법원행정처장을 맡아 각종 지시를 하고 관련 보고를 받았던 박병대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사건 재판 거래, 통합진보당 재판 개입 혐의 등에, 고영한 전 대법관은 부산 법조비리 관련 재판 개입 등 사안에서 임 전 차장과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연결고리’인 임 전 차장이 자신의 혐의마저 부인하고 있어서 윗선 개입 규명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임 전 차장을 대리하는 황정근 변호사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페이스북을 통해 “법리보다는 정치적인 고려가 우선된 부당한 구속” “직권남용죄의 남용” “정권교체에 따른 사법부발 전형적 정치보복”을 주장하며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임 전 차장의 구속이 합당한지를 다시 판단해 달라는 구속적부심을 법원에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검찰은 구속 하루 만인 이날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임 전 차장을 불러 첫 조사를 진행했다.

김양진 김민경 최우리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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