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작성 의혹을 수사 중인 ‘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 민·군 합동수사단’ 공동 수사단장인 노만석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장(가운데)이 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 의혹을 수사해온 민군합동수사단(단장 전익수 대령·노만석 부장검사)이 문건작성의 목적과 지시자 등을 확인하지 못하고 수사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핵심 피의자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해외 도피 중이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등 ‘윗선’ 조사도 미뤄졌다.
합수단은 7일 수사팀이 꾸려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조 전 사령관을 내란예비음모 혐의로 기소중지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계엄문건 작성을 주도했던 조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3일 학업을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한 뒤 아직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합수단은 “사건 전모와 범죄성립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조 전 사령관을 조사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까지 소재 불명 상태”라며 기소중지 이유를 밝혔다. 조 전 사령관이 체포되면 수사는 재개된다. 해외 도피에 따른 기소중지는 공소시효가 줄지 않는다. 조 전 사령관은 현재 여권 무효화 조처와 체류자격 취소,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추적을 받고 있다.
합수단은 또 계엄령 검토를 지시하고 진행 상황을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서는 연관 여부가 드러날 때까지 수사를 중단하는 참고인중지를 결정했다. 합수단은 “두 사람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지 않았다. 조 전 사령관을 수사한 뒤에 공모 및 혐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계엄문건에서 ‘계엄사령관’으로 예정됐던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도 같은 이유로 참고인중지가 결정됐다.
합수단은 지난해 2~3월 기무사가 계엄령 검토 사실을 감추기 위해 위장 조직인 ‘미래 방첩업무 발전 방안 티에프(TF)’를 만들고, 계엄령 검토 문건이 마치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 연습 기간에 작성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훈련비밀’로 올리려 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관여한 소강원 전 참모장(육군 소장), 기우진 전 기무사 5처장(육군 준장), 전 기무사 중령 등 3명은 이날 허위공무서 작성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군인권센터의 고발로 지난 7월26일 수사에 착수한 합수단은 석 달여에 걸쳐 김관진·한민구 등 204명을 조사하고, 국방부·육군본부·기무사령부 등 90곳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계엄문건 작성 외에 구체적인 준비행위가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합수단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직전인 지난해 2월 조 전 사령관이 계엄문건에 등장하는 계엄 임무 수행부대 몇 곳을 방문한 목적도 조사했지만, 실제 병력준비 지시 등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 2016년 11월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당시 수도방위사령부가 ‘청와대 시위·집회 대비계획’을 세운 사실과 관련해 당시 구홍모 수방사령관(현 육군 참모차장)이 관여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