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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법농단 피의자 박병대·임종헌, 법정서 충돌하나

등록 2018-11-20 14:02수정 2018-11-20 22:09

박병대 “정당한 지시 했을뿐” 혐의 부인
‘직속 부하’ 임종헌 전 차장에 책임 미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병대 전 대법관이 검찰 조사에서 “(자신은)정당한 지시를 했을 뿐”이라고 하는 등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법농단 사태의 책임을 ‘직속 부하’인 임종헌 전 차장(구속기소)에게 미룬 것이다. 앞서 자신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부적절하지만 죄는 안 된다”는 논리로 대응했던 임 전 차장과 다른 차원의 전략을 세운 것으로, 향후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을 가능성이 높은 두 사람이 법정에서 충돌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의 진술 태도와 관련해,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20일 “‘임 전 차장이 과잉충성한 것이다’라는 주장일 텐데, 과연 피고인으로 법정에서 이런 주장을 하면 옆자리에 앉을 임 전 차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진다”고 말했다.

사실 책임소재가 어떻게 규명되느냐에 따라 박병대·임종헌 두 사람의 이해관계는 상충할 수밖에 없다. 재판개입이나 법관사찰 등의 ‘범행’이 박 전 대법관을 비롯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고영한 전 대법관 등 법원 수뇌부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인정되면 임 전 차장의 책임은 약해지는 구조다. 더욱이 임 전 차장 공소장에서 박 전 대법관 등을 공범으로 적시하는 등 검찰도 이번 사법농단 사태의 ‘주범’을 양승태·박병대·고영한 이 세 명의 수뇌부로 지목한 상황이다. 임 전 차장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공모관계에 대해 ‘침묵’하기만 해도 유리한 입지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법관들, 특히 고위 법관들의 여론을 고려하면 임 전 차장이 쉽게 박 전 대법관 주장을 반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칫 ‘주군에게 등 돌린 배신자’로 낙인돼 향후 재판이나 재판 이후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하는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을 내다보고 박 전 대법관이 ‘책임 미루기’ 전략을 세웠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변호사는 “판·검사들은 학교 다닐 때부터 1등을 도맡아 해 오는 등 남들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특히 강하다. 20∼30년이 지나서도 과거 연수원 때 누가 몇 등이었는지를 얘기하고, 퇴직 후 변호사가 돼서도 다른 전관 변호사보다 더 많이 벌려고 발버둥 치는 경우가 많다”며 “법관 여론을 엄청나게 신경을 쓰는 것도 이런 의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법관은 지난 19일 검찰 출석에 앞서 취재진에 “그동안 많은 법관이 자긍심에 손상을 입고 조사까지 받게 된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국민이 법원에 대한 믿음을 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서도 법관들 사이의 동정여론 형성을 의도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직권남용죄에 대해 임 전 차장이 “부적절하지만 죄는 안 된다”며 일종의 법리논쟁을 벌인 것에 대해 “궤변”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했던 것도 박 전 대법관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은 재판에 개입한 일에 대해선 “(법원행정처 차장의)직권이 아니다”라고, 소속 심의관들에게 문건 작성을 지시한 것에 대해선 “남용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결국 지난달 27일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에 대하여 소명이 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 박 전 대법관이 조사과정에서 검찰이 적용한 혐의를 싸그리 부인하는 등 ‘결백’을 주장하는 것도 임 전 차장의 전례를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임 전 차장이 출석에 앞서 ‘사심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피의자들은 보통 ‘사심이 없다’는 말을 범행의도를 부인할 때쓴다”며 “다른 법관들이 승진이나 해외연수, 파견 등 인사상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데 반해, 박 전 대법관 자신은 이미 최고위직인 대법관에 오른 상태라 죄를 저지를 동기 자체가 없다는 점을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양 전 대법원장을 이을 박근혜 정부 ‘유력한 차기 대법원장’으로 거론됐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15년 10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회의에 참석해 ‘인사권자’인 대통령 의중을 직접 받아오기도 했다. 직권남용죄를 무릅쓰면서 부당한 지시를 했을 ‘동기’는 충분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한편, 이날 박 전 대법관은 검찰에 재소환됐다. 그는 전날 오후 11시께 14시간의 조사를 받고 귀가한 뒤 비공개로 다시 검찰에 출석했다.

김양진 최우리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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