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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너무 티 나면 안 되니까’…행정처, 불이익 판사 반발까지 사전분석

등록 2018-11-23 14:58수정 2018-11-23 21:38

일부 판사에게 불이익 줬다는 의심을 받을까 봐
“다음해 재검토”, “현 시국상 신중하게” 등 조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인사권 남용’ 인지 가능성
사법농단 정점에 있는 것으로 검찰이 정조준하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과 박병대 전 대법원장.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사법농단 정점에 있는 것으로 검찰이 정조준하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과 박병대 전 대법원장.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법원행정처가 이른바 ‘물의 야기’ 판사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인사 불이익을 주거나 검토한 ‘박병대-양승태 보고 문건’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할 핵심 물증으로 굳어지고 있다. 당시 행정처는 불이익 조처에 대한 내부 반발 정도나 정치적 상황 변화 등을 고려해 ‘강온 전략’을 쓰는 등 대법원장 인사권 남용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3일 <한겨레> 취재 결과, 2015년 초 행정처가 작성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문건에는 김아무개 부장판사 이름이 올라갔다. 단지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을 맡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문건은 당시 박병대 행정처장을 거쳐 대법원장에게 보고됐고, 양 전 대법원장은 인사 불이익을 주는 방안에 ∨ 표시를 했다. 그런데 문건에는 “판사들의 반발이 예상되니 2016년에 재검토한다”고 적혀 있다고 한다. 보통 2년마다 정기인사를 하는데 2014년 2월에 서울중앙지법으로 복귀했던 김 부장판사를 1년 만에 빼버리면 판사회의 활동에 대한 불이익이 ‘너무 티가 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판사에 이어 2016년 2월 단독판사회의 의장으로 뽑힌 박아무개 부장판사의 인사는, 지난해 초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 등 어수선한 정국을 거치면서 뒤집힌 사례로 보인다.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인 박 부장판사는 애초 자신이 희망한 곳으로 발령이 어렵다는 얘기를 행정처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그 무렵 행정처는 인권법연구회 활동을 위축시키는 방안을 집중 논의하고 있었다. ‘물의 야기’ 문건에는 그러나 ‘박 부장판사를 희망지로 보내지 않으면 특정 판사에게 인사 불이익 있었다는 말이 나올 것을 염려한다’는 검토 의견이 들어갔다고 한다. 이후 박 지원장은 다시 애초 희망지로 발령이 났다. 2017년도 인사 관련 문건에는 “현 시국 상 신중검토 필요”라는 표현도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행정처는 박 부장판사가 2015년 양 전 대법원장이 임명제청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과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검사였던 점을 들어 반대하는 취지의 글을 쓰자, 과거 시국사건 전력 등 성향과 동향을 파악한 사찰 문건을 만들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 관계자는 “당시 ‘보여주기 식’으로 과감하게 불이익을 준 판사가 있고, 반발을 우려해 인사를 신중하게 검토한 판사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5월 대법원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판사 불이익을 검토한 것은 맞지만, 불이익을 실제 부과했다는 자료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으며, 문건 은폐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이날 “당시 조사단은 ‘물의 야기 법관’ 문건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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