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화재가 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케이티 아현빌딩. 화재가 난 지하에서 연기가 나고 있다. 사진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국가 기간통신사업자인 케이티(KT)가 운영하는 통신구에서 불이 나면서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 중구와 용산구 일대에 사는 케이티 통신망 이용자들이 한때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모두 차단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이들은 유선전화, 휴대전화, 인터넷이 모두 끊겼고, 아이피티브이(IPTV) 이용자의 경우 티브이뉴스조차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편의점이나 식당에서도 결제가 안 되면서 현금 결제 혹은 계좌 이체를 통해 거래를 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24일 오전 11시13분께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케이티 아현빌딩 지하통신구 광케이불에서 불이 났다. 서울 서대문소방서 쪽은 화재 발생 직후 현장에 소방과 경찰 등 모두 140여명의 인력과 장비 59대가 출동했으나 사람이 진입하기 힘든 지하에서 화재가 발생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관계자는 오후 1시30분께 가진 브리핑에서 “인명 피해나 병원 이송자는 없다”며 “불이 더 이상 번지지는 않는 상황이라 1시간 뒤 초기진압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대문소방서의 설명을 보면, 이날 오후 2시30분 현재 통신에 문제가 있는 지역은 서울 서대문구 일부, 마포 일부, 중구 일부 등 총 14개 동이다. 이 일대에서는 오전 11시26분께부터 인터넷, 아이피티브이, 휴대전화 등의 연결이 ‘먹통’인 상태다. 케이티는 통신 장애 대응 차원에서 구형 통신망인 3G망으로 이동전화망을 바꿨지만, 이용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연결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에 사는 케이티 사용자 박아무개(42)씨는 “케이티를 통해 전화와 티브이, 인터넷을 모두 쓰는데 한때 모든 통신이 두절되어서 세상과 완전히 차단됐다. 정보를 볼 수가 없으니 두려운 기분이 들었다”며 “지금 간신히 3G만 연결이 된 상태인데 연결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럴 때를 생각하면 수동으로 충전이 되고 랜턴과 라디오가 되는 비상 장비를 갖춰야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서대문구 신촌동 이화여대 후문에 거주하는 케이티 사용자 천아무개(26)씨는 “오전 11시께부터 전화, 문자, 인터넷이 아무것도 안 됐다”며 “오전 11시30분께 인근 편의점에서 카드 결제를 하려고 했는데 통신장애로 결제도 못했다”고 전했다. 천씨의 휴대전화는 ‘주파수 검색 중입니다. 긴급호만 가능합니다’라는 알림문자만 뜰뿐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천씨는 “서대문구를 벗어나서야 다시 전화 통화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한 통신사 케이티 사용자의 핸드폰 화면. 통신망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알림이 떠 있다. 임재우 기자
마포구에서는 집 전화와 휴대전화는 물론 티브이도 나오지 않는다는 주민들도 있었다. 마포구에 사는 박아무개(24)씨는 “오전 11시부터 카톡과 집전화, 휴대전화는 물론 티브이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마포구 신수동에 사는 김광욱(26)씨도 “오후 1시께 주변 빵집에서 결제를 하려고 했더니 결제시스템이 먹통이라면서 현금 계산만 된다고 했다”면서 “현금을 안 들고 간 상황이라 결국 사지 못하고 나왔다”고 전했다. 마포구 공덕동의 한 식당에 있던 조아무개씨는 “식당 주인이 카드 결제가 안된다며 현금 결제나 계촤이체를 해달라고 했다”면서 “그런데 나도 통신사가 케이티라서 내가 다니는 회사와 내 연락처를 알려주고 나중에 돈을 보내준다고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에스엔에스(SNS)에서도 인터넷과 전화, 카드결제 등이 ‘먹통’이라는 소식이 쏟아졌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일한다는 이아무개씨는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지금 용산 전자상가는 패닉”이라며 “인터넷도 안되고 전화도 먹통이다. 케이티 휴대전화도 깜깜이인데 나는 다행히 에스케이티(SKT)라 휴대전화만 가능하다”고 전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마카롱 매장은 트위터 계정에 “현재 케이티 건물 화재로 인터넷이 되지 않아 매장 내 카드기, 인터넷이 정상작동 하지 않고 있다”면서 “현금결제 및 무통장 입금만 가능하다. 인터넷 복구되는대로 카드결제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공지했다. 서교동의 한 중국식당도 인스타그램 계정에 “매장 내 카드결제, 와아피이가 불가능하다”며 “계좌이체, 현금결제만 가능하다. 죄송하다”며 식당주인의 계좌번호를 공지해놨다.
통신 마비 상태를 심각한 재난으로 보는 의견도 나왔다. 한 트위터 이용자(@ryoh****)는 “하나의 통신사로 모든 통신장비를 구성했을 때 일어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본다”며 “그들은 일체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고 제한된다는 것. 엄청 무서운 일이다”라고 썼다.
케이티 쪽은 24일 오후 1시 현재 인명피해는 없으며, 서울시 중구, 용산구, 서대문구, 마포구 일대의 이동통신 외 인터넷, IPTV, 카드결제단말기 등이 장애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티 쪽은 이동기지국을 배치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화재가 진압되는 대로 복구에 들어갈 계획이다. 케이티는 “통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동기지국 배치 조처 중”이라며 “화재가 끝나는 대로 바로 복구에 돌입해 하루 이틀이면 가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KT는 “완전복구에는 더 오래 시간이 걸릴 예정”이라며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신망 우회복구 등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임재우 이주빈 장예지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