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1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한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 박종식 기사 anaki@hani.co.kr
법원 직원이 김태규(51·사법연수원 28기) 울산지법 부장판사의 과거 판결을 언급하며 “박근혜 정권의 호위무사”, “전형적인 정치 판사”라고 비판했다. 법관 대표인 김 부장판사는 대법원 자체조사로 확인된 ‘사법행정권 남용’조차 부정하며 검찰수사, 사법 농단 관련자 탄핵에 반대해왔다. 특히 지난달 19일 전국법관 대표회의가 재판개입은 “탄핵 소추 절차까지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고 의결하자, 자신과 다른 뜻이 결정됐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김 부장판사는 법관회의 탄핵까지 요구하며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
법원 직원인 김아무개씨는 지난달 30일 법원 내부통신망(코트넷) 게시판에 ‘‘김태규 부장판사는 박근혜와 어떤 관계였는가?’라고 묻는다면…’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씨는 “'전국법관회의를 탄핵하라'고 주장한 김태규 판사는 '박근혜 의혹 제기 유인물'을 뿌린 박성수씨를 8개월간 감옥에 가두었죠. '정 모씨와 어떤 관계였는가?'를 묻는 전단지 몇 장 때문에 엄청나게 가혹한 처벌을 하였습니다”라며 글을 시작했다. “자신이 존경하는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명예훼손 유죄판결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정치적 판결은 결국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고 김씨는 밝혔다.
김씨는 이 판결이 ‘정치적’이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6개월을 질질 끈 1심 재판의 구속 기간 만료가 다가오자, 김태규 부장판사는 2015년 11월 6일, 2차 구속영장을 발부하였습니다. 경미한 의사 표현에 대하여, 인신구속을 하고 보석조차 기각하였습니다. 민주국가에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그리도 중범죄인가요? 별건구속을 통한 편법재판이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박성수 사건은 단지 비판적 의견의 표명일 뿐 사실의 적시가 아니었고, 설령 사실의 적시라 하더라도 대통령직무에 관한 비판은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적용했어야 합니다”라며 “당신께서는 그토록 정치적이면서, 전국법관회의를 공격하는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이고 계십니다”라고 꼬집었다.
김 부장판사는 대구지법 형사2단독 판사로 재직한 2015년 12월 ‘정윤회 염문을 덮으려고 공안정국을 조성하는가’ 등의 내용이 담긴 글을 나눠주거나 페이스북에 쓴 혐의(명예훼손) 등으로 구속기소된 박성수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당시 “표현의 자유를 빙자해 상식적이고 건전한 문제 제기 없이 음란하고 저속한 사진이나 글, 그림 등을 통해 공직자 개인을 비방하는 데만 치중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벗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인 대구지법 형사1부(재판장 임범석)는 지난 1월 “박근혜 정부에 대한 가치판단 또는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를 그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명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핵심 쟁점인 명예훼손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김씨는 경북 청도군 삼평리 송전탑 건설에 반대한 시민운동가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김 부장판사의 판결도 비판했다. 김씨는 “놀라운 것은 이 사건조차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되었다는 것”이라며 “두 가지 사건은 박근혜 정권의 호위무사요, 전형적인 정치 판사였다는 비판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역시 대구지법 형사2단독 판사였던 2015년 6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최창진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공무 수행 중인 경찰관에게 물리력을 행사하고도 반성하지 않았다”는 게 양형 이유다. 당시에도 청도 송전탑 건설에 반대한 주민이나 시민운동가에 대한 첫 징역형 선고로 무리한 판결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판결도 같은 해 10월 항소심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경찰관을 폭행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뒤집힌 뒤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김씨는 “그동안 사법 농단 수사와 관련해서도 진상규명을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오신 김태규 판사님은 내부 공론의 장에서도 편협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탈정치에 대한 주장을 올리고 댓글을 허용하지 않는 폐쇄적인 태도는 공감받지 못할 것입니다. 김태규 판사님의 진중한 응답을 기대합니다”며 글을 마쳤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