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 첫 전직 대법관 영장심사
‘사법농단 연루’ 직권남용 등 혐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오늘 밤 결론
박병대(왼쪽 사진)·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법원행정처장 시절 재판 개입과 판사 뒷조사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각각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사법농단 사태 연루 의혹을 받는 박병대·고영한 두 전 대법관이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 심사에 출석했다.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두 대법관 모두 ‘사법농단 사태의 책임’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침묵을 지켰다.
6일 오전10시 15분께 박병대(61) 전 대법관은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했다. 변호사 등 6명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박 전 대법관은 “전직 대법관으로서 영장심사를 받게 됐는데 심경이 어떤지”, “이번 사태의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2분 뒤 고영한(63) 전 대법관이 차례로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 전 대법관 또한 “전직 대법관으로서 영장심사를 받게 된 심경이 어떤지”, “사법부 신뢰 회복 바란다고 하셨는데 책임을 통감하시는지” 등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고 전 대법관은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부장판사 심리로 구속영장 심사를 받는다.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 심사는 각각 서울중앙지법 서관 319호·321호에서 나란히 진행된다. 이들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혹은 다음날 새벽께 결정될 전망이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은 두 전 대법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병대 전 대법관에 적용된 혐의 중 대표적인 것은 일제 강제동원 재판 개입이다. 검찰 조사 결과,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10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회의에 참석해 일제 강제동원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을 두고 청와대·외교부 등과 사전협의를 하고 외교부가 재판부에 제출할 의견서를 사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이밖에도 원세훈 국정원장 댓글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 등에 개입한 혐의 등을 받는다.
고영한 전 대법관이 받는 대표적 혐의는 부산 지역 건설업자 뇌물 사건 당시 윤인태 당시 부산고등법원장에 전화로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이밖에도 헌법재판소의 내부 사건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거나, 정운호 게이트 수사 대응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는 등의 혐의를 받는다.
두 대법관은 모두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기조실장·차장으로 근무했던 당시 함께 일했던 직속 상관으로, 임 전 차장과 재판거래 등을 공모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2016년 2월,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2월~2017년 5월 연이어 법원행정처장을 역임하고 대법관 자리에 올랐다.
지난 10월27일 사법농단 실무 총책임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에 대하여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및 역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