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 입장하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 등이 길게 줄을 서 북적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부가 2019학년도부터 특수목적고(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신입생을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뽑도록 했는데도 서울, 부산 등에서 특목고 경쟁률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목고 등의 단계적 폐지를 위해 일반고와 동시에 전형을 실시하도록 한 정부 정책이 시행 첫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서울시교육청의 ‘2019학년도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원서접수 현황’을 보면, 외국어고의 일반전형(1120명 모집)은 경쟁률이 1.8 대 1로 지난해 1.5 대 1에 견줘 지원자가 오히려 20%가량 늘었다. 서울에 한곳뿐인 국제고(서울국제고)도 105명을 뽑는 전형에 346명이 지원해 3.3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는 2.8 대 1이었다.
부산 지역 상황도 비슷했다. 12일 접수가 끝난 부산의 3개 특목고인 부산국제고·부산외국어고·부일외국어고의 전체 일반전형 경쟁률은 1.6 대 1이다. 488명 모집에 776명이 지원했다. 지난해는 1.4 대 1이었다. 부산외고의 경쟁률이 약간 하락했지만 부산국제고와 부일외국어고가 비교적 많이 올랐다. 세종국제고는 2019학년도 일반전형 경쟁률이 2.7 대 1로 지난해 2.6 대 1에 견줘 약간 올랐다.
경남의 외고 2곳은 희비가 엇갈렸다. 김해외고는 지난해와 같은 1.5 대 1을 기록했고 경남외고는 1.2 대 1로 지난해 1.4 대 1보다 소폭 하락했다. 인천·대구·경북·대전·충남·울산의 외고와 국제고도 대부분 경쟁률이 소폭 하락했다.
경북 구미시의 경북외국어고는 일반전형 경쟁률이 1.1 대 1로, 지난해 1.6 대 1에 견줘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구미는 고교 비평준화 지역이라 외국어고 후기모집에서 탈락하면 정원 미달 일반고에 가거나 멀리 떨어진 포항의 일반고에 갈 수밖에 없다. 지원자 입장에서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자사고는 서울을 빼고 대부분 하락했다. 서울 21개 자사고는 일반전형에 8073명(정원 6231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3 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1.29 대 1과 거의 차이가 없다. 지원자가 미달한 자사고도 지난해 7곳에서 올해는 5곳으로 줄었다.
부산의 유일한 자사고인 해운대고는 2년 연속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지난해 일반전형 192명 모집에 176명이 지원해 0.9 대 1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일반전형 192명 모집에 160명이 지원해 0.8 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일반고(후기고)보다 먼저 신입생을 뽑았던 외고·국제고·자사고(전기고)는 우수 학생을 대거 확보한 뒤 일부가 입시 명문고로 변질해 고교서열화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가 특목고와 자사고의 선발 시기를 후기고로 옮기면서 이들이 입시 때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외고와 국제고의 경쟁률이 되레 상승한 곳이 나왔고 나머지도 소폭 하락에 그쳤다.
이런 결과는 최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특목고 지원자들이 탈락해도 2지망 등의 방법으로 일반고에 진학할 수 있게 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커넥츠스카이에듀 진학연구소장은 “지원자들이 외고와 자사고를 지원해도 눈에 띄는 불이익이 없는데다 교육부의 수능 중심 정시전형 확대 방침도 외고나 자사고에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산·대구·대전·인천·울산/김광수 김일우 송인걸 이정하 신동명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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