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둘째)이 1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부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쳐 최소 월 100만원 안팎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내놨다. 국가가 국민연금·기초연금 등 공적연금을 통해 ‘최저노후생활보장’을 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재정 안정화’보다는 ‘노후소득 보장’ 쪽에 강한 방점이 찍혔다. 보험료율 인상도 최소화했다. 일부에선 정부가 국민 눈높이를 의식해 재정 안정화에 눈감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발표한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서 정부는 크게 4가지 정책 방안을 제시했다. 1안은 사실상 국민연금 개편을 하지 말자는 안이다. 현재의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중) 40%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이다. 올해 소득대체율은 45%이지만, 2028년까지 40%로 단계 인하되도록 돼 있다. 2안은 ‘기초연금 강화 방안’이다. 보험료율(9%)과 소득대체율(40%)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기초연금만 2022년까지 월 40만원으로 인상한다. 3안과 4안은 ‘노후소득 보장 강화 방안’이다. 3안은 소득대체율을 2021년까지 45%로 올리되 보험료율을 5년마다 1%포인트씩 높여 2031년 12%에 도달하게 한다. 4안은 소득대체율 50%(2021년까지), 보험료율 13%(2036년까지)를 제시했다. 1~4안 모두 월 250만원을 버는 국민이 국민연금을 25년간 납입하면 노후에 월 86만7천~101만7천원을 받을 수 있다고 정부는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법에 ‘국가 지급보장’을 명문화하고, 보험료를 납부하기 어려운 저소득 지역가입자 350만여명에게 국민연금 보험료의 절반을 지원해주는 사업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안에는 지난 8월 연금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가 제시한 ‘재정 목표’가 빠졌다. 위원회는 향후 70년 동안 국민연금기금 ‘적립배율 1배’(보험료를 거두지 않아도 1년치 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표를 내놓은 바 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간보고되었던 정부안과도 달라졌다. 5가지 방안 가운데 보험료율을 15~18%까지 인상하는 ‘재정 안정화 방안’ 2가지가 빠졌다. 대신에 보험료율을 묶어두는 1안이 추가됐다. 이에 대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논평을 내어 “지금보다 2배 이상의 보험료를 내야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이 커지는데, 정부가 국민연금의 재정수지 불균형을 개선해야 한다는 법적 책임을 방기했다”고 비판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의 국민연금 개편 논의는 2막에 접어들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법 시행령에 따라 국민연금심의위원회와 국무회의를 거쳐 이달 말에 국회에 종합운영계획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제 공은 입법을 책임지는 국회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로 넘어갔다. 노사를 포함한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경사노위 ‘국민연금 개혁과 노후소득 보장 특별위원회’(연금특위)는 내년 7월 말까지 합의안을 도출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지금까지 회의를 5차례 진행했지만, 아직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2020년 총선을 앞둔 국회 역시 연금 개혁이 정치적으로 ‘불편한’ 사안일 수밖에 없어 입법까지는 가시밭길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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