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온 서기호 변호사가 기자들을 만나고 있다.
서기호 변호사가 2012년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하자,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집단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코트넷에 올라오는 게시글을 삭제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서기호 변호사는 16일 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기자들에게 “재임용 탈락이 확정된 후 법원행정처가 만약 판사들의 행동을 촉구하는 수준의 글이 코트넷에 올라올 경우에 대비해 게시글 삭제까지도 검토한다는 문건을 확인했다”고 알려왔다.
서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면,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은 2012년 2월10일께 서 변호사의 재임용 탈락이 확정된 직후인 13일 ‘연임 심사 이후 대응 방안’ 문건을 만들었다고 한다. 문건에는 판사들에 대한 선동과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수준의 글이 올라올 경우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코트넷 게시글 삭제까지도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고 한다. 행정처는 이를 ‘이성적인 범주’라고 구분했다. 시민단체나 정치권과 연대할 경우를 ‘비이성적 범주’로 나누어 이 때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서 변호사를 설득하는 방안을 모색했다고 한다.
2012년 9월11일 ‘서기호 소송 관련 검토 보고’라는 문건도 확인했다고 한다. 행정처는 재임용 탈락 이후 국회의원이 된 서기호 변호사를 상대로 서 변호사가 낸 재임용 탈락 취소 행정소송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했다. 특히 기획총괄심의관, 인사총괄심의관 등이 소속된 ‘비공식적인 소송대응팀’을 구성했다. 또 헌법소원이 제기될 경우 행정소송은 재판이 진행되는 단계별로 대응하는 방법도 논의한 정황이 문건에 나타나 있었다고 한다.
이미 대법원은 운영심의위원회를 열어 코트넷 게시글을 삭제한 전례가 있다. 2014년 9월 김동진 판사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무죄 판결을 비판하면서 코트넷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라는 글을 올리자 몇 시간 만에 직권으로 삭제한 적 있다.
글·사진/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