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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반지의 제왕’ 좋아하던 아들, 하루만 더 살았어도…” 김용균씨 어머니 오열

등록 2018-12-17 16:58수정 2018-12-17 17:52

태안화력발전소 참사 김용균 대책위 기자회견
김씨, 평소에 ‘반지의 제왕’좋아해 택배로 반지 주문
포장 뜯어보지도 못하고 참사…유품 수습 중 발견
김씨 동료 “시간 되돌려 ‘용균아, 하지 마라’ 외치고파
직원들 통근버스에서 ‘죽기 싫다’ 말해” 트라우마 호소
대책위, 광화문 분향소 설치…22일 1차 범국민 추모대회
태안화력 발전소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입장 발표 및 향후 활동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눈물 흘리고 있다. 김 씨는 아들이 일하다 사고를 당한 9,10기를 비롯해 같은 위험이 있는 1-8호기를 당장 멈출 것을 요구했다.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태안화력 발전소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입장 발표 및 향후 활동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눈물 흘리고 있다. 김 씨는 아들이 일하다 사고를 당한 9,10기를 비롯해 같은 위험이 있는 1-8호기를 당장 멈출 것을 요구했다.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상자를 뜯자마자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아들 김용균(24)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는 사고로 목숨을 잃은 날, 어머니 김미숙씨는 아들이 지내는 기숙사에 유품을 수습하러 갔다가 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를 발견했다. 작은 상자였다. 상자 안에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반지가 들어 있었다. 막내아들 용균씨가 평소 갖고 싶어하던 그 반지였다.

아들은 평소 ‘반지의 제왕’을 좋아했다. 취직하기 전 어머니에게 ‘영화에 나오는 반지를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다는 그는, 곧 ‘취업하고 내가 벌어서 사면되니 신경 쓰지 마시라’고 철든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아들은 지난 9월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계약직으로 입사했지만, 택배 상자를 미처 풀어보지도 못한 채 지난 11일 새벽 참변을 당했다. “아들이 하루라도 더 살았더라면 그 반지를 껴봤을 텐데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지금도 그 반지를 보면 아들한테 전해주고 싶은데, 죽은 아이 손에 반지를 끼워주면 아이는 알까요. 좋아할까요.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때 해줄걸, 지금 그 반지를 어떻게 전해주면 좋을까요.” 어머니 김씨는 가슴을 붙잡고 눈물을 쏟았다.

태안화력 발전소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입장 발표 및 향후 활동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김 씨는 아들이 일하다 사고를 당한 9,10기를 비롯해 같은 위험이 있는 1-8호기를 당장 멈출 것을 요구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태안화력 발전소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입장 발표 및 향후 활동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김 씨는 아들이 일하다 사고를 당한 9,10기를 비롯해 같은 위험이 있는 1-8호기를 당장 멈출 것을 요구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숨진 김씨의 가족과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17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더이상 김씨가 당한 사고는 없어야 한다”고 호소하는 자리를 가졌다. ‘24살 청년 고 김용균,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 한국서부발전이 죽였습니다’라고 쓴 현수막을 펼친 이들은 “수많은 현장에서 아직도 노동자들은 돈 앞에 죽어가고 있다”며 “더는 이런 죽음이 없어야 한다”고 외쳤다.

이날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씨의 어머니는 전날 밤 휴대전화에 적은 발언문을 읽으면서 연신 가슴을 쳤다. “아들은 평소 속도 한번 안 썩이고,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달아줄 때도 엄마, 아빠에게 편지를 썼던 아이다. 이런 아이를 왜 잃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흐느낀 김씨의 어머니는 “모범이 돼야 할 공공기관에서 어떻게 무지막지한 일이 벌어졌는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김씨가 일했던 컨베이어벨트) 9, 10호기만 멈춰있었다. 마찬가지로 1~8호기도 위험한 같은 기기인데, 당장 멈춰서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죽음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숨진 김씨와 같이 한국발전기술 소속으로 함께 일했다는 김경래씨도 눈물을 참느라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시 그때로 돌아가 ‘용균아, 하지 마라, 하지 마라’라고 말하고 싶다”며 “요즘 저희 직원들은 통근버스 안에서 ‘무섭다’, ‘죽기 싫다’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어느 노동자가 출근하면서 그런 걱정을 하겠냐.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노동자만 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죽음의 외주화, 위험의 외주화를 없애고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게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태안화력 발전소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분향소에서 김 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영정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태안화력 발전소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분향소에서 김 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영정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대책위는 “정부가 운영하는 공기업인 한국서부발전의 턱없이 부족한 인원, 원청-하청-재하청으로 이루어진 고용구조 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며 “2년 전 구의역 사고 이후 많은 사람이 분노했지만 돈이 우선인 현장은 하나도 바뀌지 않고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이 구의역 현장을 방문했지만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법안 하나 통과된 것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 사과 △철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재발방지대책 수립 및 배상 △위험의 외주화 금지법안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및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12월 임시국회 내 처리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현장시설 개선 및 안전설비 완비 5가지를 요구했다.

대책위는 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서울 광화문광장에 김씨의 분향소를 설치하고 오는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차 범국민추모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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