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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소득 불평등 풀 ‘지혜’ 한 자리…해법 ‘모색이 아니라 실행을’ 비판도

등록 2018-12-19 18:08수정 2018-12-19 19:46

[더 나은 사회] 제1차 포용복지포럼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포용성장·소득주도성장 모델 확장한
’역량 증진-고용-소득’ 선순환 구조 제시

연금 통합·기초연금 확대 등 소득보장
노인 건보료 완화·주택수당 도입에
고용보험 소득 기준으로 개편 등
다양한 불평등 해법 제안 나와

“문제는 전략 부재가 아니라 불이행
’언제까지’ 할 것인가 고민해야” 지적도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18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제1차 포용복지포럼: 한국 사회의 소득 불평등 해법 찾기’에서 ‘포용적 국가 발전을 위한 교육격차 해소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18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제1차 포용복지포럼: 한국 사회의 소득 불평등 해법 찾기’에서 ‘포용적 국가 발전을 위한 교육격차 해소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기치를 내걸고 경제·사회 정책을 운용하는데도, 소득 불평등은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보수 야당·언론의 비난이 집요하게 이어지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마저 흔들리기 시작하자 급기야 문 대통령이 직접,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 축으로 꼽히는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론’을 꺼내들었다. 정말로 최저임금을 천천히 올리면 소득 불평등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걸까? 저소득층이나 근로빈곤층 등의 소득을 보장하는 정책으로는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는 걸까?

18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선 이런 문제의식 아래 ‘한국 사회의 소득 불평등 해법 찾기’를 주제로 한 제1차 포용복지포럼이 열렸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포용성장연구단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최하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관, 한국노동연구원과 산업연구원이 참여한 이날 포럼에선 국가 비전 차원과 빈곤 극복, 고용안전망, 산업정책, 교육 측면에서 본 소득 불평등 해소 방안이 제시됐다. 특히 포용국가론의 토대를 만든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기조연설에서, 기존의 혁신적 포용성장 개념에 ‘역량 증진’, 즉 인적 자본 강화 방안을 더한 국가발전 모델을 공개했다.

반면, 지금은 ‘해법’이 아니라 ‘실행’이 필요한 시기라는 비판도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의 김종보 변호사는 “현재의 문제는 전략의 부재가 아니라 불이행”이라며 “현재 시점에서 우리가 더 고민해야 하는 것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언제까지 할 것인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무엇이 얼마나 실행됐는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고역량·고혁신·중복지 국가 성경륭 이사장은 “한국이 오랜 기간 동안 국가가 주도해 시장과 대기업,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도성장을 한 ‘발전국가’였다 보니, ‘선성장 후분배’를 생각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대통령 지지율 변화의 이면에는, 소득주도성장이 왜 속도가 느리냐는 불만이 있는 것 같은데 이제는 조금 빠른 행보를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용성장과 소득주도성장 모델을 확장해 △‘역량-고용-소득’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 소득을 증진시키고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 정책으로 가처분소득을 올리며 △고용보험·국민연금 등 사회보장 체계를 굳건히 갖춰야 한다. 이것이 바로 혁신적 포용국가가 지향하는 고역량·고혁신·중복지 국가”라고 밝혔다.

‘역량-고용-소득’ 선순환 구조의 출발점인 역량 증진을 두고 성 이사장은 “인적 자본, 지식, 기능 등을 일컫는 ‘혁신 역량’과 사회적 자본, 신뢰와 협력 등을 일컫는 ‘포용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교육을 통한 혁신 역량 강화로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생각은, 참여정부가 ‘비전 2030’에서 밝힌 사회투자국가론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이 18일 제1차 포용복지포럼에서 포용국가와 포용성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이 18일 제1차 포용복지포럼에서 포용국가와 포용성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빈곤의 해법, 소득보장과 생활비 경감 김태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6월 현재 공무원연금의 평균 수급액은 240만원인 데 비해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은 45만3천원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근거로 “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을 통합해 왜곡된 노후소득 보장의 틀을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 사회보험인 연금은 노후 생활 보장 기능을 맡고 있는데, 재정 고갈과 형평성 논란 등이 계속되고 있어 일부 전문가들은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그 밖에도 기초연금 급여 수준 확대, 국민연금 사각지대 최소화,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조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등도 소득보장을 강화할 입법과제로 꼽았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일자리가 없거나, 고가의 부동산을 보유하지 않은 65살 이상 노인의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 또는 면제 △주거급여 기준임대료 현실화와 주택수당 도입 등을 통해 국민의 생활비를 낮춤으로써 가처분소득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국민 대부분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주거비 문제와 관련해 “주거비 부담 완화는 취약계층에서 시작해 국민 전체에게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주거급여를 기준중위소득의 50%(현재 43%)까지 확대하고, 점진적으로 이를 더 확대해 주택수당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보험 확대와 실업부조 법제화 정부는 고용안전망 확보와 관련해 “근로시간·장소 등 근로자 중심 사회보험제도를 중장기적으로 소득 기준으로 개편”(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하고, 2020년까지 한국형 실업부조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포럼에서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이 문제를 국정과제나 정책과제 등으로 내세웠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법제화할 때 담아야 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고용보험은 사업주가 신고를 해야만 노동자가 피보험 자격을 얻을 수 있는데, 특수고용직이나 영세사업장, 초단시간 노동자 등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임금, 수수료 등 (노동자가 받는 보수의) 외형적 형태와 상관없이 사업주로부터 일정 이상의 보수를 받는 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과세소득 자료를 활용하면 사각지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월 50만원 이상 노동자의 가입을 의무화하면, 440만9천명가량이 고용보험에 추가로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고용보험의 대상을 소득 기준으로 개편해 인별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모든 사회보험의 적용과 징수를 통합해 필요한 사람이 사회보험에 가입하고 실질적으로 사회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보험 가입자만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와 달리, 실업부조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소득이나 자산이 없어 빈곤 상태에 놓인 실업자를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고용보험과 기초생활제도의 보호 범위를 벗어난 구직 근로빈곤층’을 한국형 실업부조의 지원 대상으로 보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적극적 고용촉진 정책의 일환으로 고용안전망의 역할은 물론, 사회적 위험에 대한 소득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안전망의 역할까지 병행하는 것이 한국형 실업부조”라며 “고용보험의 틀 안에서 수당 지급만을 규정하는 방식으로는 이런 의의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우므로 새로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법엔 국가의 포괄적 취업 지원과 수급자의 성실한 참여, 기초생활 보장보다 완화된 소득·재산 요건 등이 담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 산업혁신 4.0’과 ‘계층 이동 사다리’ 회복 산업정책 분야의 발표를 맡은 김영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혁신투자는 많으나 생산성이 낮고, 그나마 소수 대기업에 편중돼 있다. 또 ‘나홀로 혁신’ 중심으로, 혁신 클러스터와 같은 혁신의 확산 체계가 미흡하다”고 진단하면서 “‘혁신적 포용성장을 위한 한국 산업혁신 4.0’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혁신성을 통한 ‘더 똑똑하게 일하기’ △협력적 집합역량의 강화 △사람의 가치 제고와 일자리 중심 성장 △포용성 △지속가능성의 5대 정책기조 아래 지식서비스산업 기반과 사람중심기업 육성, 인력 역량 제고, 국가혁신클러스터 집중 육성을 통한 지역 혁신생태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불평등 고착화·재생산의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교육 문제와 관련해 “지난 30년간 교육의 계층 사다리 기능은 크게 쇠퇴했고, 교육 격차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회 형평성 제고의 관점에서 교육 시스템 전반과 보육·교육에 대한 정부 재정의 개선이 시급하다”며 공교육 정상화, 대입제도 개선, 대학 정원 감축 또는 대학 구조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혜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수석연구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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