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특별감찰반(특감반)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의 ‘예상 진로’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1년 반 넘게 ‘죽은 권력’과 싸워온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과 처음 대면하는 수사여서 주목도가 높다.
28일까지 검찰에 접수된 관련 사건은 모두 세건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김태우 전 특감반원(검찰 수사관)을 공무상 비밀누설로 고발한 사건은 수원지검이, 자유한국당이 임 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은 서울동부지검이 수사하고 있다. 여기에 자유한국당이 27일 오후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현황’ 문건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면서 사건은 세개로 늘었다.
검찰 안팎에선 ‘속도전’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청와대와 여권의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신속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것이다. 청와대 압수수색이 근무 일수 기준으로 사건 배당 이틀 만에 이뤄진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수사 대상 혐의는 단출하다. 김 수사관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는 감찰에서도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대검 감찰본부는 그가 특감반에 근무하며 수집한 첩보 보고 파일 등을 언론에 유출한 행위가 “비밀엄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수원지검이 자료를 요청하면 넘기겠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김 수사관이 수집한 첩보 그 자체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 첩보가 맞냐 틀리냐는 수사상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이 임종석 실장과 조국 수석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혐의로만 고발하면서 수사의 폭과 범위는 크게 좁혀졌다. 만약 김 수사관의 첩보 보고서에 등장하는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가 김 수사관을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했다면 ‘수사 판’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었다. 명예훼손은 그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므로 전면적인 수사가 불가피하고, 수사 기간도 길어진다. 반면 직권남용죄는 권한을 가진 상급자가 하급자를 찍어눌러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했는지 확인하는 선에서 수사가 이뤄진다. 검찰 관계자는 “지시 여부와 지시의 강도, 지시한 사람 등을 밝히는 게 수사의 관건”이라고 했다. 직무유기 혐의는 임종석 실장이 우 대사의 금품수수 의혹 첩보를 보고받고도 인사검증에 반영하지 않고 묵살했다는 내용이다. 임 실장의 직무유기가 인정되려면 고의적인 방기나 명백한 태만 행위가 수사에서 드러나야 한다.
환경부 문건 역시 수사의 초점은 직권남용 여부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문건에 ‘새누리당 출신’ ‘박근혜 대선캠프 출신’ 등이 적혀 있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의 사상·신념, 정당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등에 관한 정보”를 ‘민감정보’로 규정하고 이를 본인 동의 없이 수집·이용·제공하면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부정한 수단·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다만 검찰이 고발 범위인 직권남용을 넘어 ‘확전’을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 와 있는 고발 사건은 법리나 사실관계가 복잡하지 않아 (수사가) 오래 걸리지 않을 사안”이라며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는 입증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난점 때문에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서두르는 등 ‘절차’에 신경을 썼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관련자들의 보고와 지시 수단이었던 휴대전화가 압수수색에서 제외된 점을 들어 검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하기도 한다.
강희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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