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조사
간접고용 노동자 수 약 350만명으로 추산
산재 비율, 간접고용이 원청 정규직의 2배
간접고용 노동자 수 약 350만명으로 추산
산재 비율, 간접고용이 원청 정규직의 2배
태안화력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숨진 곳에서 동료 노동자가 고착탄을 제거하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임금·노동시간·복지 모두 차별받는 간접고용 노동자 인권위가 공개한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간접고용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파견근로가 175만원, 용역근로가 156만원으로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인 242만원에 못 미치는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원청 정규직의 평균 임금인 306만원을 기준으로 할 때 파견근로는 57%, 용역근로는 51% 수준이다. 노동조합 조직률도 전체 임금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이 12.3%인 데 견줘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조 조직률은 파견이 4.8%, 용역이 3.1%에 불과했다. 특히 학습지 교사나 보험설계사, 택배운전사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들 가운데 노조에 가입한 비율은 0.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자동차·통신 등 업종별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사례를 조사한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하청 회사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면 원청 회사가 업무계약을 해지하고, 하청 노동자들이 해고를 당한다”며 “해당 업체에 소속돼 있던 사람들의 이름이 담긴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동종업체에 돌아다니면서 재취업이 어렵게 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률이 낮은 데에 원청업체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서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원청업체와의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_________
산재 사고당해도 산재 보험 못 받아 지난 1년 동안 일을 하다 다친 산업재해 사고 경험을 보면, 간접고용 노동자의 산재 경험 비율은 38%로 원청 정규직(21%)에 견줘 2배 가까이 높았다. 특히 문제는 간접고용 노동자가 사고를 당하고도 산재 보험을 신청해 치료하는 비중이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나머지는 본인이 직접 부담하거나 회사와 반씩 부담하는 방식으로 치료비를 충당했다. 반면 원청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66%가 산재 보험을 신청해 치료받았다. 임금 및 노동시간에서도 간접고용 노동자는 차별을 받았다. 조사 결과를 보면, 주말 포함 주당 노동시간은 간접고용 노동자가 49.08시간으로 원청 정규직(46.23시간) 보다 2.85시간 더 길었다. 반면 간접고용 노동자의 임금은 더 적었다. 원청 정규직은 평균 353만원을 받았지만, 간접고용은 254만원을 받아 100만원 가량 차이가 났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현재의 원청 사용업체에 근속한 기간은 평균 90.3개월 이었다. 이에 대해 조사 보고서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7년 반이라는 긴 기간 동안 원청 사용업체를 위해 상시 지속적인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는 “간접고용 노동자가 원청 정규직과 동일업무를 수행하는 사례가 전체 응답자의 59.0%에 달한 것을 보면 이들의 고용 형태에 불법 파견 소지가 아주 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 시급하지만 요원한 현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원청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지속해서 수행하면서도 정작 원청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보고서를 보면,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상시 지속 업무를 수행하는 사업장의 경우 40.8%를 원청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원청 정규직과 노동자들이 동일업무를 수행하는 사업장의 경우 46.9%를 원청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던 간접고용 노동자 김아무개군이 숨진 사고가 발생한 뒤 스크린도어 업무는 서울메트로 직영 전환을 거쳐 현재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사고로 숨진 김씨의 동료는 지난 5일 고 김용균 3차 추모제에 참석해 “정규직 전환 이후 당사자들이 가장 먼저 느낀 변화는 현장의 안전이었다”며 “인력 충원으로 스크린도어 작업에서 2인1조 규정이 지켜지게 됐고 장애 접수 후 한 시간 이내에 나가야 한다는 페널티 조항이 삭제됐다”고 밝힌 바 있다. _________
제2의 김용균 없어 지려면… 원청 책임 강화해야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안전을 위한 소통 구조가 단절되고 권한이 있는 원청이 안전에 대한 책임에서 면책되고, 안전에 책임을 져야 하는 하청은 그럴 수 있는 권한과 비용이 없다”며 “외주화되는 순간부터 급격하게 위험이 증폭된다”고 지적했다. 김 활동가는 “노동권 측면에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이 제도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노조법 2조 개정을 통해 사용자 개념을 확대해서 원청이 교섭 주체로 나서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조 대표는 “고용업체와 사용업체가 사용자의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고 노동자는 어느 누구에게도 사용자의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상시적 업무의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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