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젊은빙상인연대, 빙상계 성폭력 사건 관련 입장 표명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손혜원(64) 의원의 목포 문화재 지구 부동산 투기 의혹은 결국 검찰 손에 시비가 가려지게 됐다.
서울남부지검(지검장 권익환)은 21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손 의원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형사1부(부장 오영신)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손 의원이 지난 20일 이번 의혹을 보도한 언론을 고소하겠다고 밝혔고, 야당도 검찰 고발을 예고해 관련 사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손 의원이 고발당한 주요 혐의는 공직자의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부패방지법)와 직권남용(형법), 실권리자명의 등기의무(부동산실명법) 위반 세가지다. 여기에 손 의원이 언론사와 기자 등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면 판단의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 전반에 대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해진다.
법조계에선 ‘공직자의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부패방지법에 있는 이 혐의는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얻거나 제삼자에게 취득하게’ 하면 성립하며, 7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이 무겁다. 최근 사례도 있다. 대전지검 특수부는 지난 2일 충남도청 ㄱ 국장을 이 혐의로 기소했는데, 과거 홍성군청에 재직할 때 개발 정보를 입수한 뒤 친척 명의로 내포신도시 진입로 인근 토지를 매입했다는 것이다.
손 의원의 경우엔 ‘국회의원으로서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부동산을 사들였는지가 관건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조항에서 ‘비밀’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일체의 정보를 말한다. 손 의원의 경우 공직자 요건은 당연히 성립하지만, 문화재청이 해당 지역에 대한 등록문화재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손 의원이 본인 또는 제삼자 명의로 부동산을 사기 전에 등록문화재로 지정될 것이라는 정보를 알았어야 한다는 뜻이다.
등록문화재 지정·관리 권한을 가진 문화재청은 손 의원이 소속돼 있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문체위 소속 여당 의원이자 간사인 손 의원이 해당 지구를 등록문화재로 지정하도록 문화재청에 압력을 넣었다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가 될 수 있다. 다만 압력을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가 드러나야 한다. 검찰은 손 의원의 행위가 강요(형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해당 지구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 전 손 의원이 여러 차례 문화재청에 ‘압박성 질의’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손 의원 조카나 남편 등이 매입한 건물의 실소유주(실권리자)가 손 의원으로 드러난다면 부동산실명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손 의원은 자신이 조카들에게 먼저 증여를 한 뒤 조카들이 자유의사로 건물을 샀고, 남편이 운영하는 재단에는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기부한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손 의원은 법조계에 있는 숙명여고 동문 후배들에게도 목포에 집을 사라고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손 의원이 고교 후배인 검사 등을 만나 ‘앞으로 목포가 뜬다. 집을 사두라’고 여러 차례 권유했다”고 전했다. 손 의원실 관계자는 “(손 의원이) 주변 사람들에게 목포 주택 구입을 많이 권했다. 법조에 있는 후배들에게도 그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희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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