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에서 범국민추모제도
어머니 김미숙씨 “안전 작업환경을”
참석자들 “발전 카르텔 해체해야”
27일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에서 고 김용균 6차 범국민 추모제가 열렸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발전비정규노조 조합원 49명과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방진복 차림에 안전모와 마스크를 쓰고 김씨의 사진을 든 채 김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에서 광화문 분향소까지 행진했다. 백소아 기자
“49재는 이승과 작별하고 저승으로 가는 날이라고 들었는데, 아직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시신을 냉동고에 놔둬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도 비참합니다.”(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김용균씨가 석탄 운송 설비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지 49일째인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김용균씨의 49재와 제6차 범국민추모제가 열렸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 등의 주최로 열린 49재에는 1천명(주최 쪽 추산)이 모여 “죽음의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라”고 외쳤다.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49재) 제사상에 올린 딸기를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들이 딸기를 좋아해 평소 한 접시 갖다 주면 포크로 찍어서 엄마 입에 먼저 넣어줬다”며 “이제는 그렇게 못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씨는 49재가 끝난 뒤 ‘범국민 6차 추모제’ 무대에도 올라 “적어도 사람 생명만큼은 지킬 수 있도록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참석자들은 사고의 원인이 ‘발전 카르텔’에 있다고 지적했다. 박석운 시민대책위 공동대표는 “현재 발전소 사장들은 산업통상자원부나 한국전력의 고위 관리나 간부 출신 낙하산이고, 하청 용역회사는 발전소 고위 간부들이 내려와 박혀 있다”며 관료와 기업이 ‘짬짜미’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발전 정비 산업이 민영화된 2012년부터 5년 동안 발전소 고장률이 28% 증가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건설노조 대전충청세종전기지부 이정열(41) 지부장은 “2005년 개폐기가 터져 온몸에 불이 붙는 사고를 당했고 지금도 왼쪽 눈과 귀가 잘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 방염복이라도 입고 일했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것”이라며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공공운수노조 소속 발전비정규노조 조합원 49명과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은 49재에 앞서 낮 1시께 방진복과 안전모, 마스크를 착용하고 김용균씨의 사진을 든 채 김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에서 광화문 분향소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이 죽음에 정부가 답하라!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죽음의 컨베이어 벨트를 멈춰라. 우리가 김용균이다” 등의 구호를 반복해서 외쳤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