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2018년 11월21일 오후 서울 중구 삼일대로 저동빌딩 내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방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태안화력발전소 사내 하청노동자 김용균씨 사망 이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여전히 하청노동자를 보호하는 데 부족하다”며 “하청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지난달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던 김씨가 석탄 운송 설비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지 오늘로 50일째가 됐지만, 유가족과 시민대책위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대책 마련이 부족하다며 아직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다.
최 위원장은 28일 ‘사내 하청노동자 보호를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국가인권위원장 성명’을 내어 “고 김용균씨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하청노동자의 안전을 보호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급금지 범위가 협소해 지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나 발전소 운전·장비 산업 등에 적용되지 않는다”며 “노동자의 생명·건강과 직결된 위해·위험 작업으로 도급금지 범위를 확대하고, 산재 위험 상황에서의 노동자 작업중지권의 실효성 확보 등을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고용 형태를 불문하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한 노동조건은 노동자가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인데, 하청노동자의 산업재해(산재) 사고 사망률은 원청노동자에 비해 7배나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업무에 대해서는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인권위에서 발표한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년 동안 간접고용 노동자의 산재 경험 비율은 38%로 원청 정규직(21%)에 견줘 2배 가까이 높았다.
최 위원장은 이어 “하청노동자의 노동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제도 개선과 함께, 더 이상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고 김용균씨 사망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통해 근원적인 문제 분석과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인권위도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2019년 석탄화력발전산업 노동자 전반에 대한 인권 상황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간접고용노동자 실태조사(2018) 결과를 토대로 위험의 외주화, 최저가 낙찰제, 노동3권의 실질적 제약 문제 등에 대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을 중대한 ‘노동인권’ 문제로 인식하고, 모든 노동자들이 존중받으면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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