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첫 공판을 받기 위해 지난해 10월2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은 한마디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드루킹 김동원씨의 주장은 거의 100% 받아들이며, 전폭적으로 신뢰했다.
지난해 6월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출범해 수사를 벌였으나 드루킹 일당 외엔 청구하는 영장마다 기각되고, 활동 기간 연장마저 포기해 “빈손 수사”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김 지사의 법정 구속이라는 결과에 대해 30일 법조계에서는 “상당히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 사건의 핵심 의혹은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댓글조작 프로그램(킹크랩)을 사용해 포털사이트 댓글 순위 조작을 지시했느냐’이다. 2016년11월 ‘킹크랩 시연회’ 장면을 찍은 시시티브이(CCTV) 등 직접증거가 없는 상황이라, 재판부가 김 지사와 드루킹 두 사람 중 누구의 진술을 사실로 받아들이냐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실 수사과정에서는 김 지사가 우위에 있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다. 지난해 8월 특검 수사과정에서 김 지사와 드루킹 김씨의 대질신문 과정에서 김씨는 ‘킹크랩 시연회’ 뒤 김 지사로부터 격려금 명목으로 100만원을 받았다는 기존 진술을 번복하는가 하면, 특검 수사에 앞선 경찰 수사에서 드루킹 일당이 ‘격려금 100만원을 한 번만 받은 것으로 하지 말고 다달이 받은 것으로 하자’는 취지로 모의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과거에도 일본 침몰을 예언하는 등의 전력 때문에 “드루킹=거짓말쟁이”라는 프레임을 극도로 경계했던 특검팀에는 치명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 오사카 총영사 청탁 의혹 역시 드루킹 김씨는 자신이 ‘김 지사를 2017년 6월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며 작성한 문건에 대해서도 “처음 보는 문서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잘못 기재했다”는 식으로 말을 계속 바꿨다고 한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드루킹 일당들은 일관되게 ‘킹크랩 시연회’에 대해 “김 지사의 지시를 받는 자리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때문에 김 지사 쪽의 ‘성의 없는’ 전략이 ‘화’를 자초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드루킹 김씨는 재판에 접어들면서 김 지사와의 공모관계를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했지만, 김 지사 쪽은 “킹크랩의 존재를 몰랐다”, “(드루킹 일당은)단순 지지세력에 불과한 줄 알았다” 등의 말로 특검의 공세를 단순히 부인하기만 했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면서도 “재판부가 누구 말을 믿어주느냐가 쟁점인 상황이라 100% 김 지사 말을 믿어주든 100% 드루킹 말을 믿어주든 어느 쪽도 가능한 상황이었는데 드루킹 말이 더 믿을 만 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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