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학교 폭력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올해부터 경미한 학교 폭력 사안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고, 일선 학교에 설치됐던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가 이르면 내년부터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된다. 가벼운 폭력은 학교 안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다.
교육부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학교폭력 제도 개선 관련 국민참여 숙려제 결과와 함께 ’학교 폭력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방안은 그동안 학교폭력 대응 절차가 지나치게 형벌주의라 교육적 해결이 어렵고 당사자간 분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따라 교육부가 학교 폭력 처리와 관련해 처음으로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를 적용해 얻은 결론과 각종 설문조사를 참고해 마련했다.
개선 방안을 살펴보면, 가벼운 학폭 사안은 피해학생과 보호자가 학폭위 개최를 하지 않는 것에 동의하면 학교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단, 학교가 은폐·축소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보완 장치는 마련했다. 학폭위를 개최하지 않으려면, 전담 기구에서 2주 미만의 신체·정신상의 피해,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복구된 경우, 지속적인 사안이 아닐 것, 보복 행위가 아닐 것이라는 4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학교 자체 해결 사안이지 여부는 교장 단독으로 판단하지 않고, 학칙으로 정하는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했다.
심각한 학폭 사안은 앞으로 각 학교가 아닌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학폭위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현행 학폭위는 각 학교마다 5인 이상으로 구성되며, 학부모가 과반수를 차지하고 교원과 외부위원이 포함된다. 그러나 폭력 사건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학폭위 결정에 항의하는 사례가 많았다. 학폭위 재심 청구 건수는 2013년 764건에서 2017년 1868건으로 늘었다. 따라서 교육부는 교육지원청 산하에 학폭위를 설치하고, 이 학폭위는 학폭 담당 변호사 등 전문 인력과 전담 조직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전문가 위원을 늘리기 위해 학부모 위원은 전체의 3분의 1로 비중을 줄인다. 학폭위 이관은 법 개정을 거쳐 이르면 2020년에 도입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해 학생에게 반성의 기록을 주고 학생부 기재를 둘러싼 법적 분쟁을 완화하기 위해 생기부 기재 방식도 개선한다. 학교 폭력은 가해 학생 조치 정도에 따라 1호~9호로 나뉘는데, 1호 서면 사과, 2호 접촉·협박·보복금지, 3호 교내봉사, 4호 사회봉사, 5호 특별교육, 6호 출석정지, 7호 학급교체, 8호 전학, 9호 퇴학이다. 지금까지는 1~9호 모두 교내 학폭위에서 심의·처분한 뒤 학생부에 기재하기 때문에 법적 소송이 끊이지 않았다. 교원 단체에서도 학교 현장의 혼란이 가중된다며 일선 교육청으로 학폭위를 이관하고 경미한 사안에 대해선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도록 요구해왔다. 관련 법도 28건이나 국회에 계류중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교육선도형 조치 1~3호에 대해 생활기록부 기재를 유보하도록 했다. 다만 2회 이상 1~3회 조치를 받을 경우 생기부에 기록하도록 했다. 또 학폭 재발시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를 가중해서 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교육부는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학교장 중심의 교육적 관계회복 프로그램 운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전국 단위 피해학생 보호 전담기관 2곳 이상을 추가 설립할 계획이며, 피해 학생 일시 보호 기관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또 학폭 피해로 인한 결석 시 학폭위 및 학교장의 보호조치 전에도 출석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교육부 훈령을 개정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학교폭력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한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 참여단의 권고안을 토대로 만든 이번 개선안이 현장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도 학교폭력 관련 정책에 대한 피해자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듣고 보완책을 마련해 피해자 보호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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