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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 킹크랩 봤다’결론…“민주당·정권창출” 잦은 언급…엉성한 수사 ‘100% 유죄’

등록 2019-01-30 21:04수정 2019-01-31 21:12

‘김경수 유죄’ 판결문 뜯어보니
재판부 “김경수 방문 당일 맞춰
킹크랩 시제품 16분간 테스트”

8만여건 댓글 조작 목록 전송받고
“고맙습니다” 답변도 유죄 근거로

“민주당 정권창출 특별한 협력관계”
재판부 ‘단언’도 여러 해석 낳아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구치소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구치소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도정에 전념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길 기도합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30일 오후 2시 1심 선고 법정으로 들어가기 전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전 같은 재판부가 드루킹 김동원씨의 유죄를 선고하며 자신과의 관련성을 두차례 언급한 탓인지 긴장한 모습이었다.

법정 분위기는 시작부터 김 지사의 유죄를 예고하는 쪽으로 흘렀다. 재판 시작 10여분 만에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 성창호 재판장이 “김 지사가 최소한 2016년 11월9일부터 ‘킹크랩’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를 밝히자 법정이 술렁였다. 드루킹 김씨 쪽이 제작한 댓글 추천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의 존재를 김 지사가 알았는지 여부는 그의 유무죄를 가르는 대전제였기 때문이다. ‘킹크랩 존재를 알았다’는 재판부의 결론은 일사천리로 드루킹 일당이 벌인 수만건의 댓글 추천 조작 혐의의 공범 관계로 이어졌다.

■ “킹크랩 존재 알았다” 김 지사는 지난해 3월 의혹이 불거진 뒤부터 줄곧 킹크랩 시연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그러나 킹크랩 시제품 및 네이버 접속 내역 자료 등을 근거로 “(드루킹 쪽) 진술 일부가 허위일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그런 사정만으로 객관적 관계에 부합하는 진술들마저 배척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2016년 11월4~7일 킹크랩 시제품 테스트로 보이는 여러 로그 내역이 확인되며, 김 지사가 시연이 이뤄졌다는 파주 출판사를 방문한 당일 16분간 작동한 뒤로 더는 시제품 테스트는 없었다고 정리했다. 당시 테스트에서 여러개의 아이디(ID)가 ‘네이버 접속→뉴스 클릭→댓글 공감 클릭’을 반복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11월9일이라는 특정 날짜에 맞춰 시연회가 준비돼왔던 것으로 확인된다. 피고인이 그날 킹크랩 시연을 보았다는 것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드루킹 쪽의 유일한 진술은 ‘김 지사가 설명을 들은 뒤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봤다’는 정도다.

재판부는 또 드루킹 김씨가 메신저로 댓글 추천수 조작이 이뤄진 8만여건의 기사목록을 전송했고, 김 지사가 내용은 보지 않았어도 매일 기사목록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 지사가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장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드루킹 김씨가 김 지사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인 온라인 정보보고를 했다”며 그 사례를 들기도 했다. “3대 포털 완전 장악” “킹크랩 100대 충원” “하루 작업 기사량 300건 돌파” 등이 그런 사례였다.

■ 재판부, ‘민주당·대선·정권창출’ 반복 언급 재판부가 선고문에 ‘더불어민주당, 대선, 정권창출, 문재인’ 등을 거듭 언급한 점도 눈에 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민주당 정권 창출과 유지를 위해, 드루킹 김씨는 자신이 이끄는 경제적공진화모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도움을 주고받고 의존하는 특별한 협력관계”라고 규정했다. 특히 “김씨의 범행으로 직접 이익을 얻는 쪽은 피고인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으로 보인다”며 “통신비, 인건비 등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갔는데, 당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경공모가 이해당사자인 피고인의 허락이나 동의 없이 자발적으로 (범행을) 감행한다는 점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대급부’ 약속도 없이 자발적으로 돈을 써가며 범행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심증이다. 재판부는 또 “김 지사는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2017년 3월경부터는 킹크랩 댓글 작업이 가능한 뉴스기사를 김씨에게 보냈다”고 판단했다.

■ 수사는 엉성, 재판은 100% 유죄 지난해 6월 야권의 요구로 출범한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주요 국면마다 영장이 기각되고, 고 노회찬 의원 등 곁가지 수사에 집중하다 ‘빈손 특검’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기소 혐의 100% 유죄’라는 결과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 “의외”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지난해 8월 김 지사와 드루킹 김씨의 대질신문 과정에서 김씨는 킹크랩 시연회 뒤 김 지사로부터 격려금 명목으로 100만원을 받았다는 기존 진술을 번복하는가 하면,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루킹 일당이 ‘격려금 100만원을 다달이 받은 것으로 하자’는 취지로 모의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진술 번복이나 모의는 재판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한 변호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다만 ‘누구 말을 믿느냐’가 쟁점이어서 재판부가 어느 한쪽의 말을 100% 믿어주는 게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김남일 김양진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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