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로 나선 이충신 기자. 사진 정용일 기자
지난 1월10일 택시 기사로 일한 대가인 12월분 급여를 받았다. 기자가 지난해 금천구에 있는 한 택시회사에서 12월11일부터 주간 5일, 야간 3일 동안 택시를 운전해 받은 급여는 총 33만6846원이었다. 기본급 22만689원에 승무수당(8만1727원), 야간수당(2만6430원), 기타수당(8천원)을 더한 금액이다. 이 금액에서 고용보험(2189원), 건강보험(1만287원), 요양보험(750원), 국민연금(1만4837원) 등 총 2만8063원을 공제한 30만8783원이 실수령액이다. 여기에 25일 받은 부가가치세 환급금 4만7834원을 합치면 총 35만6617원이다.
서울시가 밝힌 법인 택시 기사들의 월평균수입은 2018년 기준 217만원(세전)이다. 월급 구성 내용을 보면 고정급 126만원과 사납금(납입 기준금)을 제한 추가 수입금 75만원, 부가가치세 환급금 16만원을 합한 금액이다. 기자가 8일간 일하고 받은 35만6617원을 월급여액으로 환산해보면 133만원가량 나온다. 그러니까 여기에 사납금을 뺀 추가 수입금으로 84만원 정도를 더 벌어야 서울시 법인택시 기사들의 월평균수입금 217만원을 맞추는 셈이다.
초보 택시 기사가 시작부터 사납금을 맞추고 추가 수입금을 가져가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기자가 근무한 택시회사는 입사한 지 3개월 미만인 기사에게는 사납금 미납분을 고정급여에서 공제하지 않고, 126만원 전액을 준다. 따라서 추가 수입을 올리지 못하는 초보 기사는 부가가치세 환급금 16만원을 합쳐 132만원 정도가 한 달 수입의 전부다.
기자가 일한 택시회사 기사 15명 급여명세서 보니
기자가 일한 택시회사에서 입수한 기사 15명의 2018년 11월 급여명세서와 수입일보(1일치 택시 기사 전원의 수입 기록)를 분석했다. 이 회사 택시 기사는 총 100여 명으로 전체 기사의 급여 통계는 아니지만 무작위로 확보한 15명의 수입을 통해 택시 기사들의 수입을 들여다볼 수 있어 의미가 있다.
법인택시 기사들의 수입은 보통 급여와 추가수입금, 그리고 부가가치세 환급금으로 이뤄져 있다. 부가가치세 환급금은 택시회사의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뺀 금액 중 90%를 택시 기사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으로, 서울의 법인택시 부가가치세 환급금은 연간 1천억원 규모다.
이 회사의 급여일은 10일, 추가수입금 지급일은 15일이다. 추가수입금은 기사가 회사에 입금한 운송수입금 중에서 사납금을 뺀 금액으로, 회사가 다시 기사들에게 돌려준다. 회사는 20일께 부가가치세 환급금도 기사들에게 준다.
이 회사는 입사 1년 미만인 기사는 월 126만원(기본급 73만5639원), 1년 이상 2년 미만인 기사는 월 138만원의 급여를 준다. 이 금액을 모두 받으려면 월 26일 근무하고 사납금을 모두 채워야 한다. 사납금은 주간 근무 12만9천원, 야간 근무 14만9천원으로 월 주간 근무는 387만원, 야간 근무는 447만원을 회사에 입금해야 한다. 회사에 입금한 금액이 사납금보다 많으면 돌려받지만, 적으면 그만큼 급여에서 뺀다.
이 회사가 11월 기사 15명에게 지급한 급여 총액(추가 수입금과 부가세 환급금 제외)은 1711만9034원으로 1인당 평균 114만1268원이다. 공제 금액을 제한 실수령액은 총 1521만6120원으로 1인당 평균 101만4408원이다. 1인당 평균 114만원은 서울시가 제시한 법인택시 기사의 평균 고정급여 126만원에 비해 12만원쯤 모자란다.
택시요금 정산 계산서를 살펴보는 이충신 기자. 사진 정용일기자
택시 기사 15명 중에서 수령액이 126만원을 넘는 기사는 9명, 못 미치는 기사는 6명이었다. 김아무개씨는 146만8858원으로 가장 많이 받았는데, 26일 만근을 했다. 다음으로 많이 받은 기사는 야간 근무만 하는 다른 김아무개씨와 이아무개씨로, 김씨는 26일 만근을 해 142만7654원, 이씨는 만근보다 하루 더 많은 27일을 근무해 144만6680원을 받았다. 이씨는 휴일 4일 중 하루를 근무한 것으로 간주해 휴일수당을 받았다.
두 기사는 평소 기자에게 “월수입 300만원이 넘는다”고 했던 기사들이다. 월 300만원이 넘는지를 확인하긴 어려웠다. 택시 기사의 최종 월급은 이 ‘급여’에다가 사납금 이상 부분과 부가가치세 환급액을 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고려해도 택시 기사들의 노동의 대가는 열악한 편이다. 기자가 택시회사와 체결한 근로계약서를 보면 노동시간이 5시간30분, 휴게시간이 ‘운행 중 4시간30분’으로 쓰여 있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하루 12시간씩 26일을 꼬박 일하는데, 노동시간으로 따져보면 한 달 총 312시간이다. 하지만 대부분 기사는 하루 노동시간을 5시간 정도밖에 인정받지 못한다. 심지어 1~2시간만 노동시간으로 인정받는 기사도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한 노동시간이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을 초과하지 못하게 돼 있고, 노사가 합의해야 주당 최대 12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제59조 노동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에 따라 운수업 등 26개 업종은 주 12시간 넘게 초과근로를 할 수 있다.
서울시가 파악하고 있는 택시 기사들의 1인당 일 노동시간은 통상 10시간 정도다. 지난해 최저임금 7530원으로 단순하게 일할로 계산하면, 월 26일 근무했을 때 195만7800원, 올해는 이보다 많은 217만1천원이 나온다.
○○○○ 택시회사 수입일보 보니
이 회사 택시 기사들의 일일 수입금을 기록한 ‘수입일보’를 보면, 2018년 12월17일(월요일) 하루(24시간) 동안 90명의 택시 기사가 총 1538만5780원을 입금했다. 주간 근무를 한 44명이 648만5960원, 야간 근무를 한 46명이 889만9820원을 입금했다.
이날 일한 기사 90명은 사납금 총액 1253만원보다 285만5780원을 더 입금했다. 기사 1인당 평균 17만953원을 벌어 주간과 야간 사납금 평균 13만9천원보다 3만1730원씩을 더 낸 셈이다. 이를 주간 근무와 야간 근무로 나눠서 살펴보면 주간에는 1만8408원, 야간에는 4만4474원씩 사납금보다 더 냈다. 이날 사납금을 맞추지 못한 기사는 주간 근무자가 9명, 야간 근무자는 3명뿐이다.
주간 근무 기사 중 한아무개씨가 24만7940원으로 이날 주간 최고 수입을 올렸다. 다음으로 신아무개씨가 20만6220원, 세 번째로 많은 금액이 19만9460원이다. 제일 꼴찌가 김아무개씨로 8만5천원이다.
야간 근무 기사 중에서는 우아무개씨가 28만3420원으로 가장 많이 벌었고, 다른 신아무개씨가 25만9560원, 이아무개씨가 25만4900원을 벌었다. 기자는 15만8300원으로 간신히 사납금을 채워, 야간 근무자 46명 중에서 37번째를 기록했다.
택시기사로 나선 이충신 기자가 손님을 맞고있다. 사진 정용일 기자
2017년 서울시 법인택시 기사 1인당 일평균 운송수입금은 16만8367원이다. 2017년 서울시 평균 사납금 13만5천원보다 3만3367원을 더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법인택시 사납금은 2000년 7만4천원에서 2013년 13만원, 2017년 13만500원으로 17년 동안 두 배 가까이 올랐다. 2013년 대비 2017년 사납금은 5천원 늘어났다. 이와 비교해 택시 기사들이 회사에 입금하는 운송수입금은 2013년 15만1787원에서 2017년 16만8367원으로 4년 동안 1만6580원 늘었다.
서울시 법인택시 사납금은 서울택시운송업사업조합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시지부가 참여하는 중앙임금협정위원회에서 결정한다. 하지만 여기서 정해진 사납금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고 각 사 노사가 다시 협약을 맺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중앙임금협정위원회에서 정한 금액보다 평균 4천~5천원 정도 더 높다.
서울시 택시물류과 이태경 주무관은 “서울의 법인택시 원가 분석을 살펴보면, 택시 한 대당 수익률은 1.6%, 하루 수익금 4300원”이라며 “택시 회사의 수입 자체가 많지 않다”고 말한다. 수입이 적어 “자체적으로 택시 기사 월급제를 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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