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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3·1비사 신승희 미스터리’ 관련 사망진단서 발굴

등록 2019-03-01 07:39수정 2019-03-01 11:17

국사편찬위원회가 소장한 ‘경성지방법원 형사사건기록’ 71권에 편철된 신승희 사망진단서(왼쪽). 1919년 5월16일 오후 9시에 아편중독으로 자살했다고 적혀 있다. 최우석 제공
국사편찬위원회가 소장한 ‘경성지방법원 형사사건기록’ 71권에 편철된 신승희 사망진단서(왼쪽). 1919년 5월16일 오후 9시에 아편중독으로 자살했다고 적혀 있다. 최우석 제공
최우석 독립기념관 연구원이 발견
사망진단서 “아편중독으로 자살”
신승희, 선언서 인쇄 현장 적발 형사
천도교쪽 거금 받고 눈감아 준 뒤
헌병대 조사 과정에서 자살로 처리
고문치사설 뒷받침 자료 추가된 셈

▶영상 바로가기: https://youtu.be/cK_AyHnI390

3·1 만세 시위 이틀전 독립선언서 인쇄 사실을 알고도 눈감아 준 종로서 경찰 신승희(신철)가, 일제 경찰의 고문에 의해 사망했다는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는 역사자료가 공개됐다. 신승희는 천도교 쪽으로부터 거금을 받고 ‘거사’를 모른체 한 일로 체포된 뒤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한겨레>가 28일 3·1운동 전문가인 최우석 독립기념관 연구원한테 입수한 신승희의 사망진단서를 보면, 그가 ‘아편중독으로 자택에서 사망했다’고 기술돼 있다. 이 사망진단서는 국사편찬위원회가 소장한 ‘경성지방법원 형사사건기록’ 71권에 편철된 것으로 보고서 2건, 진단서 1건 등과 함께 발굴됐다.

먼저 ‘대정 8년(1919) 5월23일’ 헌병상등병이 경성헌병소대장에게 보내는 ‘피고인(신승희) 사망의 건 보고’ 내용엔 “본월 16일 오후 9시경 자택에서 아편중독으로 병사했다는 소식을 보고한다”고 돼 있다. 첨부된 5월16일자 경성헌병대사령부 소속 군의관이 작성한 진단서에는 병명을 ‘모루히네(모르핀:아편의 일종) 중독’으로 표기하고 “입과 입술 및 손톱부에 이미 청색증이 출현하고 의식 응답 불능으로 완전히 혼수상태에 빠졌다”며 “응급 상태의 중태로서 예후 불령한 자”라고 기술돼 있다. 마지막으로 편철된 사망진단서에는 신승희가 5월16일 오후 9시 경성부 화동 132번지 자택에서 아편중독으로 자살했다고 적혀 있다.

최 연구원은 “신승희가 자신의 집에서 자살했다면 전날 체포한 피의자를 하루 만에 풀어줬다는 얘기인데 상식적이지 않다. 당시 <매일신보> 보도에는 신승희가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던 도중 자살한 것으로 나온다”고 했다. 또 “1920년 1월6일자 ‘윤치호 일기’를 보면 일본인 경찰들한테 ‘신승희가 헌병들에게 고문 받다 죽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는 기록이 나온다”며 “이러한 정황을 종합하면 헌병대에서 고문 받다 숨진 신승희를 아편중독 자살로 조작한 것이 아닐까하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했다.

독립운동가를 잡아들인 친일 경찰로 악명 높던 신승희는 3·1운동이 일어나기 직전인 1919년 2월27일 밤, 독립선언서를 인쇄하던 천도교 소유의 인쇄소 보성사를 급습해 거사계획을 알게 되었다. 천도교측은 손병희로부터 제공된 거금 5천원(2019년가치 약 4억원)을 건네며 설득했고 신승희는 상부에 이를 보고하지 않음으로서 3·1운동 계획이 발각되지 않을 수 있었다.

오승훈 기자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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