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검찰이 사법농단의 ‘손발’ 역할을 한 전·현직 판사들을 오늘 재판에 넘긴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5일 오후 사법농단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들을 추가로 기소할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달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하고,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사법농단의 ‘정점’에 있는 법관들을 먼저 재판에 넘긴 바 있다.
이번 기소에는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사법행정 기조에 맞춰 사법농단의 ‘손발’로 일한 전·현직 법관들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된 권순일(60) 대법관·차한성(65) 전 대법관·강형주(60)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규진(57) 전 양형실장 등 10명 안팎이 기소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중 현직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 대법관의 기소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권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내며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된 권 대법관이 기소될 경우 현직 대법관이 피고인석에 서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법원 안팎의 파장을 고려해 권 대법관을 기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차한성 전 대법관과 강형주 전 차장도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돼 유력한 기소 대상으로 거론된다. 차 전 대법관은 ‘양승태 사법부’의 첫 법원행정처장으로 일제 강제징용 재판에 개입하고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강 전 차장은 통합진보당 소송개입 의혹과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51번 등장하는 이규진 전 실장은 헌법재판소 파견 판사에게 헌재 내부 정보를 빼 오도록 하고, 판사들의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탄압하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이 기소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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