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좌고우면’으로 주목받아온 김명수 대법원장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검찰이 비위 통보한 법관 66명의 징계 검토가 불가피한데, 절차나 방식이 녹록지 않아서다.
앞서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은 지난 5일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재판장인 김세윤 수원지법 부장판사 등 66명의 현직 법관을 대법원에 비위 통보했다. 이 명단엔 이날 기소된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 등 현직 법관 8명과 권순일 대법관도 포함됐다. 통상 다른 공무원 관련 사건과 같이 이들의 소속 기관인 대법원에 자체 징계를 하라는 취지로 상세한 자료를 넘긴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7일 “비위 통보 대상자 명단에는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조사받은 법관 상당수가 포함됐다”며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김세윤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2014년 2월~2016년 2월)을 지낼 때의 일과 관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단을 넘겨받은 대법원은 머리를 썩이는 분위기다. 특히 ‘법관 징계시효 3년’ 탓이 크다. 법관징계법은 “징계 등의 사유가 있는 날부터 3년이 지나면 그 사유에 관하여 징계 등을 청구하지 못한다”(제8조)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이 넘긴 명단에는 이미 징계시효가 지난 경우도 포함됐다. 검찰은 지난 5일 브리핑에서 “법관 징계시효(3년)는 고려하지 않았다. 징계가 가능한지는 대법원이 판단하면 된다”고 했다.
권순일 대법관도 징계 회부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다. 법원행정처 차장이던 2013~2014년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공범’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등장하지만, 징계시효가 지났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이 징계시효를 들어 징계대상을 선별하게 되면 ‘국민정서법’과 충돌할 여지가 커진다는 게 대법원의 고민이다. 법원 관계자는 “권 대법관은 공범으로까지 거론됐는데 징계시효가 지났다고 그냥 넘기고, 그보다 하위 법관은 혐의가 가벼운데도 징계 절차에 회부한다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며 “그렇다고 법률상 징계시효가 지난 법관에 대해 징계 청구를 할 수도 없어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비위 통보된 법관들은 징계 확정 이전에 재판 업무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다. 통상 다른 공무원은 비위 혐의가 있으면 징계 회부 전이라도 직위해제를 할 수 있지만, 법관은 강력한 신분보장 탓에 징계 확정 전까지는 재판을 계속하게 된다. “법관은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헌법 제106조·법원조직법 제46조)는 조항 때문이다.
그래도 과감한 인사 조처는 필요하고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이 계속 재판을 하게 되면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당사자들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법관 출신 변호사는 “법관이 비위 통보 대상에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재판의 공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 특히 패소한 당사자는 거세게 반발할 것”이라며 “비위 통보 법관들은 우선 주요 본안 재판에서 배제하고, 소액재판이나 약식 전담, 가압류·가처분 신청 등 단순 사건을 맡기는 쪽으로 발령을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은 아직 가타부타 말이 없다. 한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장이 법원 내 구체제와 결별하고 인적 청산을 할 수 있는 이번 기회를 제대로 풀어갈지 걱정”이라고 했다.
강희철 선임기자
hck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