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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우리도 화장실 가고 싶어요”…판매직 노동자, 인권위 진정

등록 2019-04-22 14:20수정 2019-04-22 20:51

직원 화장실 부족한데 고객용 화장실은 ‘사용금지’
방광염 등 만성질환 시달려…“인권·건강권 침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화장품 노조연대 노동자 등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업계의 판매노동자 고객 화장실 사용 제한으로 노동자들이 건강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화장품 노조연대 노동자 등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업계의 판매노동자 고객 화장실 사용 제한으로 노동자들이 건강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화점과 면세점 등에서 일하는 판매직 노동자들이 업체 쪽의 ‘고객용 화장실 사용 제한’ 조처가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화장품 노동조합연대(서비스연맹)는 22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매장 판매 노동자의 고객용 화장실 사용제한은 차별”이라는 내용이 담긴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이날 진정에는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백화점과 면세점 등 12개 업체에서 일하는 판매직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김연구 한국시세이도 노동조합 위원장은 “직원용 화장실은 대부분 멀리 있어 이용하기가 불편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방광염에 걸리고, 생리대도 제때 교체 못 해 피부염에 시달린다”며 “최고의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백화점이 직원들에게는 인간의 기본적 생리 현상도 해결할 수 없게 만들어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가영 부루벨코리아 노동조합 사무국장도 “한 칸뿐인 직원용 화장실을 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선다. 직원이 많으면 포기하고 매장으로 돌아오기 일쑤”라며 “자연스럽게 물을 먹는 것도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무국장은 이어 “18세기에나 요구했을 만한 인간의 기본권을 21세기인 지금도 요구해야 하는 현실에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 연구팀(김승섭·최보경·김지환·윤재홍·유정훈)이 발표한 ‘백화점·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건강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고객용 화장실을 이용하지 말라는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판매직 노동자는 77.4%에 달했다. 화장실에 갈 필요가 있었으나 가지 못한 경우는 41.9%였다. 그 이유(복수응답 가능)로는 ‘매장 인력이 없어서’가 62.4%로 가장 많았다. 이어 ‘화장실 칸수 부족’(24.1%), ‘화장실이 멀어서’(21.6%) 등의 이유가 나왔다. 응답자의 42.2%는 ‘화장실에 가야 할까 봐 목이 말라도 물을 안 마신 적이 있다’라고 답했다. 김승섭 연구팀의 심층 인터뷰에 응한 17년 차 백화점 노동자 김민영(가명)씨는 “고객용 화장실을 이용하다 걸리면 난리가 난다. 백화점 관리자한테 ‘왜 고객용 시설을 이용하냐’라고 질책받는다. 고객들이 직접 컴플레인을 하는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 “화장실 보내달라 18세기 요구를…” 판매직 노동자가 아프다)

불편한 화장실 이용 탓에 판매직 노동자 10명 가운데 2명 이상(20.6%)이 방광염을 진단받거나 치료받았다. 비슷한 나이의 여성 노동자보다 3.2배 높은 수치다. 판매직 노동자 10명 가운데 4명이 “화장실에 못 가 생리대를 교체하지 못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0월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 위반 등을 이유로 백화점과 면세점 쪽에 판매직 노동자들의 화장실 사용 관련 개선 요청을 전달했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화장품 노동조합연대가 22일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화장품 노동조합연대가 22일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고용부의 개선요청 이후 6개월이 지났지만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백화점과 면세점 판매직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구민아 로레알코리아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최근에도 고객용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들어온 백화점 직원에게 담당자가 ‘어디 직원이냐’고 물으며 ‘고객 화장실 이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며 “한 백화점 담당자는 판매직원이 고객용 화장실을 이용해도 된다는 공문은 협의가 이뤄진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것이라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공인 노무사인 김종진 서비스연맹 법규국장은 “백화점과 면세점은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중화장실에 해당하는데, 공중화장실은 이용을 제한하는 규정이 별도로 없다”며 “회사 방침에 따라 매장 판매노동자가 일반 대중에서 제외된다는 점은 심각한 인권·건강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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