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못 읽는 단어는 ‘당기시오’ 라는 농담이 있습니다. ‘당기세요’ 딱지를 아무리 붙여도 밀어서 열려는 사람이 많아서입니다. 어느 김밥집 주인이 “제발제발제발 꼭꼭꼭 당기세요” 붙여놓은 문 사진이 유머게시판에 등장하면 공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왜 그렇게 문을 밀려고 하는 걸까요.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의 문은 당기오 미시오가 써있긴 하지만 어떻게 해도 열리는 문이 제일 많은 것 같다. 어떻게 써있어도 결국 문이 열린 경험이 많다보니 일단 문 앞에선 밀고 보는 것”이라고 풀이합니다. 조희영 신경과 전문의(부산 바른병원)는 “당길 때는 잘 안 쓰는 ‘등’ 근육이 필요하고 밀 때는 몸 전체를 쓰면 된다”며 “철봉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면 미는 게 훨씬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가려던 방향대로 미는 게 멈출 필요 없어 편하기도 합니다. 이른바 ‘관성의 법칙’이죠.
세상엔 반드시 밀어야만 하는 문도 있습니다. 건축물 피난·방화 기준 규칙 제11조 제2항에 따르면 문화 및 집회시설, 종교시설, 장례식장 또는 위락시설의 건축물은 당기는 문을 출구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위기 상황에 급히 건물을 빠져나와야 할 때 당기는 문은 시간이 더 걸려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어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건축물의 출구는 밀어 열게 되어 있습니다. 반면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은행은 안으로 당겨서 나가게 문을 달았습니다. 혹시라도 강도가 들면 1초라도 늦게 빠져나가게 만들어 잡겠다는 목적이 숨어있습니다.
‘당기시오’에 관한 세상 사소한 지식을 영상에서 확인해보세요.
기획/ 정희영 기자, 진행/ 이정연 기자, 연출/ 조소영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