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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박근혜, ‘대처 방안 마련 때까지’ 강제징용 대법 판결 늦추라 했다”

등록 2019-05-07 18:41수정 2019-05-07 21:24

대법원 협조 제안한 박준우 전 정무수석
‘사법농단’ 임종헌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사법농단 재판서 당시 청 관계자 첫 증언
“박근혜, 외교부 의견 표시 권고 승인”
박근혜 전 대통령. <한겨레> 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 <한겨레> 자료사진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강제징용 사건 대법원 최종 판결을 최대한 늦추는 것을 승인했다”고 증언했다. 외교부 출신인 그는 ‘박근혜 청와대-양승태 대법원-윤병세 외교부’ 사이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 재판 결과를 뒤집는 논의가 집중되던 2013~14년 청와대 정무수석을 맡았다.

박 전 수석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렇게 증언했다. 그는 “2013년 11월 박 전 대통령에게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면 큰 혼란이 온다. 대처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대법원을 접촉해 판결을 늦춰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대법원 최종 판결을 늦추는 데 청와대나 국무총리실이 나서면 소문이 난다.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을 표시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고, 박 전 대통령이 ‘외교부가 담당 부처이니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답했다” 등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들을 법정에서 재확인했다. 사법농단 관련 재판에 박근혜 청와대 관계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박 전 수석의 증언을 재차 확인한 윤종섭 재판장은 “외교부가 노력하면 대법원과 접촉해서 판결을 늦출 수 있습니까” “삼권분립 원칙이나 재판상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박 전 수석은 답변은 피한 채 “외교부가 나서서 노력해야 한다는 다급함은 있었다”고 했다.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박 전 대통령의 ‘승인’ 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이른바 ‘소인수회의’가 열렸다. 김기춘 비서실장 주재로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일제 전범기업의 강제징용 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2년 대법원 판결의 문제를 지적하고, 판결을 번복하기 위해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재판에는 외교부의 대법원 의견서 제출에 관여한 황준식 당시 국제법률국 국제법규과장(현 국제법률국 심의관), 박준용 당시 동북아국장(현 샌프란시스코 총영사)의 증인신문도 진행됐다. 황 심의관은 “당시 대법원이 관심을 가지고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압박을 가한 것이 의아했지만, 순진하게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로 의견을 주고받나 생각했다. 저희 의견서 제출 과정에 법관 파견 문제나 재판 거래가 연루됐다는 사실을 알고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 마음이 착잡하다”고 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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