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사) 긴금조치사람들 등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모여 ‘긴급조치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970년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처벌 받았던 피해자들이 대법원 상고심에 계류 중인 긴급조치 피해자 국가 배상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달라고 대법원에 촉구했다. 1975년 5월13일 ‘유신헌법에 반대하거나 반대운동을 보도하면 영장 없이 체포한다’는 내용의 긴급조치 9호가 발동된 뒤 44년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진상 규명과 배상 책임을 호소하고 있다.
13일 긴급조치 피해자 모임 사단법인 긴급조치사람들 등은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년째 대법원에 묶인 국가배상 사건의 신속한 해결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2015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긴급조치권 발동을 정당화한 판결을 백지화해야 한다”며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들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긴급조치 9호의 불법성과 피해자 배상을 인정하는 새로운 판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은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 행위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없다”고 판단해 피해자가 배상 받을 길을 막아놓은 바 있다. 2013년 대법원과 헌재가 “긴급조치 9호 등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당시엔 국가 통치 행위의 일환이었으니 민사상 책임은 따질 수 없다는 논리다. 지난해 8월 헌재도 양 전 원장 시절 내려진 국가 배상 관련 과거사 판결은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긴급조치변호단 소속 송병춘 변호사는 이날 발언에 나서 “대법원이 긴급조치는 위헌이라 결정했지만 거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야 한다.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 행위가 불법행위임을 법원이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송 변호사는 “긴급조치 발동과 그에 따른 법 집행이 모두 불법으로 인정된다면 법원이 긴급조치를 이유로 수사, 재판한 것 또한 불법행위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 공무원의 긴급조치 운영 자체가 ‘불법행위’가 되므로 그에 따른 배상 책임도 넓힐 수 있다는 취지다.
이날 긴급조치 피해자들은 전원합의체 회부 외에도 △법무부의 무분별한 긴급조치 9호 사건 항소 중단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국가배상특별법 제정 △국가폭력 피해자와 희생자 진상규명 등을 요구했다.
최근 2015년 대법원 판결과 반대되는 하급심 판결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민사27부(재판장 임정엽)는 긴급조치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구금된 정아무개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 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발령 행위 자체가 불법이므로 긴급조치 위반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면 불법구금이나 가혹행위가 없어도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글·사진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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