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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수용자 자녀 낙인 없도록…인권위 “피의자 자녀 인권 보호해야” 권고

등록 2019-05-30 12:01수정 2019-05-30 20:08

“형사사법 단계에서 피의자 자녀 보호제도 개선해야”
인권위, 경찰청장·대법원장·법무부 장관에게 권고
국가인권위원회. 한겨레 자료 사진.
국가인권위원회. 한겨레 자료 사진.
“아침 일찍 자고 있는데 누가 아빠를 나오라고 해요. 그래서 아빠가 막 옷 입고 그러는데 제가 왜 왔냐고 하니까 처음엔 말을 안 해요. 아빠가 어디 갈 데가 있으니까 금방 올 거라고 우리한테 그카고 경찰차를 탔는데 그분들이 그 경찰 동료분이 사실 애들도 알건 다 알아야 하니까 사실대로 말하는 게 낫다 카 면서 ‘느그 아빠 잡혀간다’. 그 피해자 누나 이름을 대면서 ‘그 사람이 신고해서 성폭행으로 간다’ 그 카는 거예요. 아빠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누나랑 들었는데 어안이 벙벙해가지고 그럴 수가 있나 놀래서 누나랑 3일 동안 그 말 때문에 잠을 못 잤어요. (ㄱ(17)씨, 2017년 인권위 '수용자 자녀 인권상황 실태조사’ 중)”

“아빠가 교도소에 여러 번 들어갔다 나오면서 할머니랑 살게 됐는데 할머니가 치매 증상이 있었어요. 그래서 큰아버지가 구한 도우미 아줌마가 오셨는 데 안 오시는 날에는 제가 밥을 차려드려야 하잖아요. 할머니 간호하다가 학교에 늦거나 못 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돈이 없으니까 편의점에서 알바도 해야 하는데 야간 일하면 일하다가 힘들어서 학교 못 가고 출석 일수 부족으로 결국 고등학교도 그만뒀죠. (ㄴ(16)씨, 2017년 인권위 '수용자 자녀 인권상황 실태조사’ 중)”

2017년 당시 ㄱ·ㄴ 씨를 심층 면접한 인권위는 “어느 날 갑자기 경찰이 집안에 들이닥쳐 아빠에게 수갑을 채우는 모습은 어린아이들에겐 엄청난 충격이 된다”며 “굳이 경찰이 ㄱ씨에게 이런 설명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가 수감되면서 자녀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는 건강한 보호자가 없다는 것”이라며 “친인척 집에서 신체적, 정서적 학대가 시작되거나 조부모 집에서 돌봄이 아이들 몫이 되어 학교조차 다니지 못하면서 불안하고 고된 삶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부모의 체포, 사법절차, 법 집행 등 모든 형사사법 단계에서 수용자 자녀의 인권이 보호되어야 한다”며 “경찰청장과 대법원장, 법무부 장관 등 관련 책임자들에게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고 30일 밝혔다.

먼저 인권위는 피의자를 체포하고 구속하는 과정에서 ㄱ씨처럼 현장에 있는 아동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범죄수사규칙’ 등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피의자 체포 시 아동에 대한 유의사항과 지침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교육할 것을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또 인권위는 피고인에게 구금형을 선고할 때 피고인의 양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아동이 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피의자 아동이 부모를 접견할 때 교정시설에 아동 친화적 접견실 설치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접견을 활성화하라고 대법원장과 법무부장관에게 각각 권고했다.

인권위는 “수용자 자녀들은 부모가 죄를 지었다는 이유로 사회적인 편견과 낙인 속에 놓여 있다”며 “수용자 자녀들이 이른바 ‘잊힌 피해자’, ‘제2의 피해자’로 불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구금된 부모의 자녀에 대한 일반토론의 날 권고(2011)’에서 법 집행 당국, 수감 서비스 전문가, 사법당국 등 모든 관련 행위자가 부모가 체포된 순간부터 그 자녀의 권리를 고려하고 아동의 부모를 정기적으로 면회할 권리를 강조하고 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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