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김민혁학생(이란난민), 김지유(정신여고 1학년), 정강자 (혐오차별대응특별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오현록(아주중학교 교사)가 4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마주’ 캠페인에 참석해 손하트 만들어 보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품에 들어온 생명은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되지만,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고, 저를 겨냥한 인터넷 댓글은 아직도 잊히지 않고 가슴에 박혀 있습니다.”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난 김민혁(17) 군은 2010년 7살 때 사업가인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들어온 뒤 끊임없이 ‘외국인’과 ‘난민’에 대한 편견과 혐오에 시달렸다. 지난해 10월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김군은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전과 인정받은 지금 받는 차별과 혐오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난민을 인정받기 전에는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이후에는 ‘난민은 가난하다’, ‘쟤네 취업하려고 난민된 거다’, ‘난민을 받아들이면 범죄가 늘어난다’ 등과 같은 난민에 대한 편견에 시달렸다. 김군은 “생각은 자유지만, 생각의 표현이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된다”고 토로했다.
한국에 넘어와 이슬람에서 천주교로 개종한 김군과 김군의 아버지는 개종을 중죄로 보는 이슬람 율법상 이란으로 돌아가기 어려워 2016년 5월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김군의 종교적 가치관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고 보고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김군은 재심사 청구를 통해 2년 만인 지난해 10월 난민 인정을 받았다. 지난해 김군과 같이 아주중학교에 다니며 난민 인정 운동을 한 김지유(17) 양은 “민혁이의 난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법무부와 대법원에 분노했고 억울했다”며 “학생회를 소집해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고 출입국청에서 시위를 했다”고 설명했다. 김양은 “아직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김군의 아버지를 위해 학생과 교사들에게 탄원서를 받는 과정은 김군보다 더 힘들었다”며 “‘난민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라고?’, ‘나는 난민수용에 반대야’라는 논리를 펴는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보며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4일 서울 중구에 있는 인권위 배움터에서 혐오차별 문제의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민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캠페인의 슬로건은 ‘저마다의 빛깔로, 마주’다. 사회적 소수자를 편견 없이 ‘마주’해 다양한 개인들이 존중받고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어우러질 수 있음을 표현했다.
김군과 김양은 이날 캠페인 선포식 자리에 참석해 이란 출신인 김군의 난민 심사 과정에서 마주한 혐오와 편견, 차별, 그리고 이에 대항하고 연대한 경험을 발표했다. 김양과 함께 김군의 난민 지위 인정을 적극 도왔던 아주중학교 교사 오현록씨는 인권위 혐오차별대응특별추진위원회에 “터무니없이 부당하게 가짜 난민으로 몰리는 억울한 난민이 많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난민법 개악 반대 전선, 더 나아가 혐오와 차별 반대 전선에 지식인들을 참여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인권위는 라디오 공익광고와 에스엔에스(SNS) 해시태그 달기 캠페인 등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마주’ 캠페인을 추진할 계획이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