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나 주요 고객의 자녀·친인척을 특혜 채용한 혐의로 기소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10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용 비리’ 혐의로 1심에서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의 형량이 2심 재판에서 8개월로 절반 이상 줄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박우종)는 20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행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이 전 행장은 2015∼2017년 우리은행 공개채용 서류전형과 1차 면접에서 고위 공직자나 주요 고객의 자녀·친인척 등 불합격권이었던 지원자 37명을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시켜 우리은행의 인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업무방해 피해자들 쪽에서는 별다른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 표시가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합격했어야 했는데 피고인의 범행으로 합격하지 못한 지원자들의 불이익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합격자 결정이 합리적 근거 없이 ‘추천 대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뤄졌다면 이는 대표자·전결권자의 권한 밖이며, 면접위원들이 응시자의 자격 유무에 대해 오류·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위계에 해당한다”고 업무방해죄를 인정했다.
업무방해 대상인 면접관들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 전 행장 쪽 주장에 대해선 “응시 무자격자를 상대로 면접에 응하게 했다는 것 자체가 적정성과 공정성을 저해한 것”이라며 “공소 제기가 위법할 정도로 공소사실이 불특정 됐다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 전 행장과 함께 기소된 남아무개 전 국내부문장과 홍아무개 전 인사부장에게는 각각 무죄와 벌금 2천만원을 선고했다. 다른 직원 3명에게는 벌금 500만∼1천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4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이 전 행장에게 1심 선고 형량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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