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5월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공정 재판이 우려된다”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낸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유해용(53)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 사실상 진술을 거부했다.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유 변호사의 직권남용 혐의 등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임 전 차장은 “제 형사사건에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묻는 내용 대부분에 답하지 않았다. 임 전 처장은 이날 법관 기피 신청 39일 만에 또 다른 사법농단 의혹 피고인의 증인으로 법정에 나왔다.
유 전 연구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인 박채윤, 김영재씨 특허소송 관련 자료를 임 전 차장과 공모해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임 전 차장은 곽병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요청으로 심의관 등에게 관련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형사소송법 148조는 증인은 본인이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을 때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 변호사와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는 임 전 차장은 ‘곽 전 법무비서관으로부터 특허소송 관련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과 소송 당사자 박채윤씨의 민원을 전달받고 대응 문건 작성을 심의관들에게 지시했는지’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임 전 차장은 특허소송 관련 문건 작성 지시 및 청와대와의 접촉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하는 검찰 쪽 질문에 “증언을 거부한다” “잘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임 전 차장은 검찰 조사 때 ‘곽 전 법무비서관을 거쳐 청와대에 문건을 보냈다’고 한 진술은 변경했다. “유 전 연구관이 작성한 문건이 청와대에 유출된 걸 언론 보도로 알았다. 검찰이 사실관계를 확인한 줄 알고 (문건이) 곽 전 비서관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된 것으로 추측해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비선으로 알려진 사람의 사건인 줄 알았느냐’는 유 전 연구관 변호인 쪽 질문에는 “전혀 몰랐다. 박채윤이란 이름은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