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지난 1월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김용균 씨 추모 분향소에서 국내에서 일하다 추락사한 미얀마 출신 노동자 딴저테이의 아버지 깜칫(cam chit)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의 미등록 체류자 단속을 피하는 과정에서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법무부에 관련자 징계 권고 등을 권고했지만, 법무부가 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1일 인권위 설명을 종합하면, 미얀마 이주노동자 딴저테이씨는 지난해 8월22일 법무부의 미등록 체류자 단속을 피하는 과정에서 창문으로 도주하다 7.5m 공사장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진 딴저테이는 18일 동안 뇌사 상태로 지내다 같은해 9월8일 세상을 떠났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인권위는 올해 2월 “사건을 직권 조사한 결과 사고의 위험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안전 확보 방안 등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은 단속반원들에게 피해자 사망의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관련자 징계와 단속 과정의 절차 위반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인권위법 제30조에는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그 내용이 중대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직권 조사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법무부는 인권위 권고 가운데 △단속계획서에 ‘안전 확보 방안 기재란’ 신설 △단속반원에 대한 인권교육 강화 등 일부 권고는 받아들였다. 하지만 권고의 핵심이었던 책임자 징계조치와 관련해선 “관련 국가배상소송이 확정된 이후 판결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조치할 계획”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등록 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발생하는 체포·연행 등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처가 ‘형사사법 절차’에 준해 이뤄지도록 방안을 마련하라는 권고도 “입법 정책상의 문제”라며 불수용 의사를 밝혔다.
인권위는 법무부가 인권위의 일부 권고를 수용했지만,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는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은 회피했다고 봤다. 단속직원 교육 위주의 조처만을 하겠다는 것은 우리 사회 인권 보호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대응이라는 판단에서다. 인권위는 “법무부가 미등록 체류자 단속과정에서 반복되는 인명 사고에 대한 문제의식과 단속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없다면 같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인권위법 25조를 근거로 법무부의 인권위 권고 불수용 사실을 공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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