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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보험료가 1년 1800만원? 배달대행 노동자들의 한탄

등록 2019-07-15 17:16수정 2019-07-25 13:32

15일 라이더유니온 ‘보험료 현실화 촉구 기자회견’
“배달대행 라이더들 연간 보험료 천만원 넘어”
배달 노동자 노조인 라이더 유니온 관계자들이 15일 서울시 종로구 손해보험협회 앞에서 배달용 오토바이 보험료 현실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달 노동자 노조인 라이더 유니온 관계자들이 15일 서울시 종로구 손해보험협회 앞에서 배달용 오토바이 보험료 현실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달대행업체에서 빌린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는 최아무개(29)씨는 지난 4월 앞에서 자동차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추돌 사고를 냈다. 비가 오는 날이라 길이 미끄러웠던데다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탓이다. 최씨는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최씨가 일하는 배달대행업체는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고 보험료가 싼 책임보험에만 가입되어 있었다. 업체에선 오토바이 수리비 70만원가량을 고스란히 최씨에게 청구했고, 최씨는 수리비를 갚기 위해 이 업체에서 3주 동안 더 일해야 했다.

최씨는 이후 개인 명의의 종합보험 가입을 알아봤는데, 연 770만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한다는 견적을 받았다. 한달 월급이 260만원인 최씨로서는 이 돈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결국 보험가입을 포기했다.

배달 노동자들이 배달대행 서비스에 이용되는 오토바이 보험료가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하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 유니온’은 15일 서울 종로구 손해보험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 노동자들에게 위험을 초래하는 과도한 손해보험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라이더 유니온의 설명을 보면, 이륜차 보험은 크게 영업용과 개인 출퇴근용으로 나뉜다. 영업용 중에서도 패스트푸드점, 치킨집 등 가게 소유의 오토바이를 모는 배달 기사들은 ‘비유상운송보험’에, 퀵서비스나 배달대행 기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은 ‘유상운송보험’에 가입하게 된다. 현재 비유상보험에 가입한 오토바이는 약 13만대이고, 유상보험에 가입된 오토바이는 약 2만대 수준으로 추산된다.

라이더 유니온이 지난 5∼6월 배달대행 라이더 4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61.7%가 유상운송보험(책임·종합 포함)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93.7%는 ‘보험료가 너무 높아서’ 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라이더유니온이 20대 배달대행 라이더들을 대상으로 보험 사이트에서 보험료를 계산해본 결과, 만 24살인 한 배달대행 라이더의 1년간 종합보험료는 최대 1800만원에 이르렀다. 기본 보상만 되는 책임보험의 경우에도 보험료가 400만∼500만원 수준인 것으로 계산됐다. 최효승 손해사정사는 “강남에서 굴러다니는 2억원이 넘는 슈퍼카도 보험료가 연간 800만∼900만원 수준인데 오토바이 라이더들이 종합보험에 가입하려면 연간 1천만원이 넘는 돈을 부담해야 한다”며 “최근 1인 가구의 증가로 배달 플랫폼이 늘고 있는데, 사고가 났을 때 배달대행 라이더들은 종합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워 형사상 책임이나 단독 사고가 났을 때 치료비 등을 모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해보험협회는 배달대행 라이더들의 보험료가 높은 원인에 대해 “배달운송자들의 높은 사고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배달운송자들의 사고는 일반 가정용 오토바이보다 20배나 많고 손해율은 150%가 넘어서 보험사 입장에선 높은 보험비를 받아도 돈이 더 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라이더 유니온은 이에 대해 “보험사는 손해율이 높아서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이륜차 시스템을 정비하던가, 자차보험을 위한 표준운임단가나 표준부품단가를 정하던가, 안전교육시스템을 만들던가 하는 등으로 이륜차 사고 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 높은 보험료 단가를 유지해 사실상 가입자 수가 거의 없는 바람에 손해율이 더 높아지는 악순환만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더 유니온은 이어 “배달대행업을 하는 사업가들은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피해를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보험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사업부터 시작하고 있다. 이를 적절히 규제해야 할 국가는 그동안 수수방관하다가 최근에야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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