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한 절차로 한국에 입국한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고의나 중과실 없이 구직등록 기간을 넘긴 경우 ‘고용허가서’를 발급하지 않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진정인이 적법한 체류 지위 외국인 노동자로 노동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장에게 구제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18일 밝혔다.
몽골 국적인 진정인 ㄱ씨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2017년 3월 한국에 입국해 지난해 3월24일까지 경기도 고양의 한 사업장에서 일했다. 이후 부천에 있는 사업장으로 이직하기 위해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 산하에 있는 부천고용센터에서 구직 알선 과정을 진행했다. 외국인고용법에 따라 ㄱ씨는 사업장 변경을 신청하고 3개월 뒤인 지난해 7월16일까지 근무지 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ㄱ씨가 7월13일까지 서류를 준비했지만, 이직하려는 회사에선 ㄱ씨가 처음으로 취업하는 이주노동자인 줄 알고 보건소 결핵 검사 등을 받아오라고 했다. 보건소 결핵 검사 결과는 7월19일에 나왔고, ㄱ씨가 이 결과를 들고 부천고용센터에 방문했지만, 센터는 구직등록 기간을 3일 넘겼다는 이유로 직원등록을 불허했다. 이 때문에 미등록 상태가 된 ㄱ씨는 인권위에 “구제가 필요하다”며 진정을 냈다. 고용허가제란 한국 정부와 인력도입 양해각서를 체결한 나라에서 한국으로 취업하려는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정부로부터 고용허가서와 취업비자(E-9)를 발급받아 일할 수 있는 제도다.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 노동자는 1년마다 사업주와 고용계약을 갱신하고, 최대 5년까지 일할 수 있다.
인권위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ㄱ씨의 회사의 불필요한 결핵 검사 요구만 당한 게 아니었다. 부천고용센터에서 ㄱ씨의 연락처를 잘못 알고 있는 바람에 ㄱ씨가 직접 부천고용센터를 방문해 연락처를 정정하는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인권위는 ㄱ씨가 구직등록 유효기간을 넘긴 과정에서 ㄱ씨의 고의나 중과실은 없다고 판단하고,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이 헌법 제10조와 제15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행복추구권과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지방고용노동청은 고용허가제로 적법하게 입국한 외국인이 미등록 체류자가 돼 열악한 처우에 놓이는 것을 방지하고 보호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며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ㄱ씨의 경우 외국인고용법에서 규정한 ‘구직등록 기간 연장 사유’에 해당할 수 있음에도 고용허가서 발급을 불허한 것은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해 행정처리 할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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