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과 무남독녀에게만 부모님 가족수당을 주는 것은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부양의무가 있는 직계혈족에게 가족수당을 지급할 때 성별 또는 출생순위 등 가족 상황을 이유로 불리하게 대우하지 않도록 서울교통공사에 관련 보수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직원인 장녀인 ㄱ씨와 차남 ㄴ씨는 "서울교통공사 ‘보수규정시행내규’에 부모와 따로 사는 직원에게 가족수당을 지급할 때 직계혈족 중 남성은 장남, 여성은 무남독녀로만 지급 대상을 제한해 본인들은 가족수당을 신청할 수 없다”며 인권위에 각각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서울교통공사는 ‘보수규정’에 따라 부양가족이 배우자인 경우 월 4만원, 그 밖의 경우에는 부양가족 1인당 월 2만원의 가족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ㄱ씨가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한 뒤인 지난해 12월 단체교섭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노조의 의견과 간극이 커서 합의가 되지 않았다. 인권위 조사관은 “당시 노조 쪽은 가족수당 지급 대상의 확대를 요구했지만, 교통공사 쪽이 ‘장남과 무남독녀’를 삭제하는 안을 제출했다”며 “이는 하향 평준화로, 차별 개선 노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직계존속에 대한 가족수당은 원칙적으로는 주민등록표상 세대를 같이하는 자에게 주소 또는 사는 곳에서 현실적으로 생계를 같이하는 경우에 지급한다”며 “장남과 무남독녀의 경우 세대를 달리하더라도 직계존속에 대한 부양의무를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가족수당을 지급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위는 “(서울교통공사의 정책은) 직계존속의 부양은 장남이 책임져야 한다는 전통적인 성 역할에 따른 고정관념과 ‘호주제 관행’에 따른 것”으로 “장남이 부모 부양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도 바뀌었고, 실제로 부모를 부양하는 실태도 변화했으므로 가족수당 지급 대상에서 장녀, 차남·차녀 등을 달리 대우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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