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대체복부 없는 병역법 헌법불일치 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난해 6월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과 인권단체 회원들이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양심적 병역거부 전과자가 법조윤리시험 등 변호사시험을 응시할 수 없는 현행 제도와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법조윤리시험 등 변호사시험 응시 자격요건의 개선을 위해 법률을 개정하거나 그 외 필요한 조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법무부 장관에게 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진정인 ㄱ씨는 2015년 11월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뒤, 2016년 8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이후 ㄱ씨는 올해 로스쿨에 입학했지만, 오는 8월3일 시행될 법조윤리시험에 응시할 수 없었다. 변호사시험법에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법조윤리시험 등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고 규정해 놓은 탓이다. 법조윤리시험은 변호사의 이해관계 충돌 등 직업윤리에 관한 규범 습득을 목적으로 하는 시험으로, 이 시험에 합격해야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다.
인권위 조사를 종합하면, 지난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등 사법기관은 양심적 병역거부 행위가 더는 차별받아야 할 범죄 행위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는 ‘병역법 제5조 제1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도 지난해 11월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규정한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에 응하지 않을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인권위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류의 평화적 공존에 대한 간절한 희망과 결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결을 고려할 때,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형사처벌 전력이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는 데 윤리적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형사처벌을 받고 전과자로 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여전히 사회로부터 유·무형의 피해를 받고 있고, 특히 진정인처럼 직업 수행을 위한 자격 취득에 제한을 받을 경우 경제적·사회적으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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