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소년분류심사원을 가리키는 표지판. 다음 로드뷰 갈무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방문조사를 통해 소년분류심사원(심사원)의 과밀수용과 전문인력 부족 등 문제점을 파악하고 시설환경과 운영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전국 7개 심사원에 대한 방문조사를 한 결과, 소년분류심사원 시설환경과 운영방식을 개선하고 관련 법령을 개정할 것을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31일 밝혔다. 소년분류심사원은 비행을 저질렀거나 비행의 우려가 있는 위탁소년 가운데 분류 심사가 필요한 경우 재판 전 머무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위탁소년의 개별 조사와 진단을 통해 보호관찰, 사회봉사명령, 소년원 송치 등이 결정된다.
인권위 조사 결과, 심사원 대부분은 건축한 지 20년이 넘어 노후화됐지만 지역사회 반대 등으로 시설의 증축이나 신설이 어려운 상황이다. 심사원 생활실 수용인원은 규정상 4명 이하지만, 인권위의 방문조사 결과 6명 이상인 경우가 62.2%, 11명 이상인 경우가 33.7%로 집계됐다. 서울소년분류심사원의 여성위탁 생활실은 공간이 부족해 신발을 벗는 곳까지 취침용 매트리스를 깔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곳의 수용률은 2017년 기준 181%다.
위탁소년들의 분류를 위한 전문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인권위 조사 결과, 심사원에서 심사 업무를 하는 분류심사관은 10명 내외로, 각 심사원에서 규정한 정원보다 대부분 적었다. 이들은 한 달에 70시간 이상의 초과 근무와 평균 5.6일의 당직근무를 하는 등 업무 피로가 높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분류심사관들은 충분한 상담과 조사를 하기 어려웠다. 분류심사관은 위탁소년을 상담하고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분류심사서를 작성해 재판부에 제출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상담시간이 짧았다. 인권위가 위탁소년을 설문 조사한 결과, 위탁소년들은 한 달 동안 평균 1.06회의 상담을 받았고, 상담시간은 평균 23분에 그쳤다. 학대피해 경험이 있는 아동을 포함한 외국인 아동, 저연령 아동, 경미한 지적·정신적 장애아동 등 별도의 지원이 필요한 위탁소년을 위한 적절한 매뉴얼이나 지침도 없었다.
징계규정 안내나 신체검사 방법에서도 미흡한 점이 드러났다. 소년원과 소년분류심사원은 수용 목적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징계규정이 적용되고, 이의제기 절차 등에 관한 안내가 소년들에게 정확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징계절차나 이의제기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는 응답은 전체 징계 경험자의 약 50%였다. 또한 소지품 검사 등 신체검사 시기와 방법도 심사원별로 달라 여러 명을 동시에 검사하는 경우가 있어 위탁소년들이 수치심과 모욕감을 호소하고 있었다.
인권위는 아동의 개별적인 특성과 환경을 고려해 건강한 성장과 사회복귀를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소년사법체계의 취지에 따라 △심사원의 과밀수용 해소와 인력충원 방안 △별도 지원이 필요한 위탁소년에 대한 지침 마련 △위탁소년의 징계기준과 절차 및 신체검사 기준과 방법의 마련 △위탁 기간의 연장 사유와 이의제기절차 마련 등을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