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영광군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급식을 먹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입과 손이 작은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에게 알맞은 수저를 제공하는 등 학교급식에서 아동의 권리가 최우선으로 돼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학교급식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할 때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에게 표명했다”고 1일 밝혔다.
인천의 초등학교 교사인 진정인 ㄱ씨는 “초등학교 학생들의 급식에서 성인용 수저가 제공돼, 초등학생 피해자가 자신의 발달단계나 신체조건 등에 맞지 않는 수저로 식사를 함으로써 음식물 섭취가 어렵고 행동이 제약되는 등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지난해 12월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 검토를 종합하면, 아동이 자신의 발달단계에 알맞은 급식기구를 사용하는 것은 아동의 균형 있는 성장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아동에 대한 배려와 보호책임이 있는 학교에서 교육의 일환인 학교급식과 관련해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았다. 만 7~9살의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 중 신장 백분위 수 50분위인 아동(남자 122.1∼138.4㎝, 여자 120.8∼138.6㎝)은 성인의 평균 신장과 큰 차이가 있어, 성인용 수저 사용이 어렵거나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어른용 수저 길이는 약 20㎝, 어린이용 수저는 15㎝ 정도다.
인권위는 “학교급식은 △가장 기초적인 교육이자 의무교육의 첫 단계인 초등교육 과정의 일부라는 점 △아동이 새롭게 경험하고 배우게 되는 학교에서의 급식과 교육의 관계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 등을 고려할 때, 학교급식에서 아동에게 알맞은 수저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단, 아동용 수저로 조리원의 업무가 가중되는 등 관리의 어려움은 수거·세척 과정의 효율적인 분리 등 학교별 급식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초등학교에서의 학교급식은 교육받을 권리에 포함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 1항에 규정된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진정은 각하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 사안이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와 ‘유엔의 아동 권리에 관한 협약’ 등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인권위법 25조에 따라 (인권위 권고와 기관 불수용을) 공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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