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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인권위 “백화점·면세점 노동자 ‘서서 대기자세’ 유지 금지해야”

등록 2019-08-08 11:59수정 2019-08-08 12:11

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 장관에 제도개선 권고
백화점·면세점 노동자들은 매장 밖에서는 고객 눈에 잘 띄어서는 안 된다. 우는 것도 쉬는 것도, 간단하게 화장을 고치는 일도 창고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제공
백화점·면세점 노동자들은 매장 밖에서는 고객 눈에 잘 띄어서는 안 된다. 우는 것도 쉬는 것도, 간단하게 화장을 고치는 일도 창고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제공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휴식시간을 제공하고 고객용 화장실을 쓰도록 하는 등의 조처로 정부가 유통업 종사자들의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 6월 제12차 전원위원회 회의 결과 유통업 종사자 건강권 증진·노동환경 개선 등을 산업통상자원부과 고용노동부 장관에 권고했다고 8일 밝혔다.

2015년 인권위의 ‘유통업 서비스·판매 종사자의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 전국의 백화점과 면세점, 할인점 종사자 3470명 가운데 70% 이상이 “가정과 사회생활 고려 시 근무시간이 적당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특히 여성 노동자의 경우 부정적인 응답이 78%로, 남성(56%)보다 높게 조사됐다. 지난해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 연구팀의 실태조사를 보면, 백화점·면세점 화장품 판매 노동자의 경우, 하지정맥류와 방광염 등 각종 신체질환이나 우울증 등을 겪는 비율이 일반인에 견줘 최대 6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산 경험도 11%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2012년 ‘유통산업 발전법’ 개정으로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휴업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등은 그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영업시간 연장, 연중무휴 운영 등 유통업 종사자 노동환경 악화와 휴식 부족 등으로 건강권 침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 종사자들의 건강권 침해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비롯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국내 주요 유통업 종사자가 근무하는 층에 휴게실이 있는 비율은 면세점 56%, 백화점 68%, 대형할인점 57%로 조사됐다. 고려대 김승섭 교수 연구팀 조사에서는 휴게실 의자가 부족하거나 휴게실이 멀어 카페나 직원식당, 비상계단 등에서 휴식을 취하고 임신을 한 경우 담요를 깔고 계단에서 쉬었다는 사례도 조사됐다. 지난 4월 인권위에는 “백화점·면세점 내 고객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판매노동자의 건강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진정이 접수되기도 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화장품 노조연대 노동자 등이 지난 4월22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업계의 판매노동자 고객 화장실 사용 제한으로 노동자들이 건강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화장품 노조연대 노동자 등이 지난 4월22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업계의 판매노동자 고객 화장실 사용 제한으로 노동자들이 건강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인권위는 산업부 장관에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적용대상이나 범위 등 확대 검토 △실태 조사에 휴게시설 등 노동자의 작업환경 사항 포함, ‘유통산업 발전 기본계획’ 수립 시 반영을, 고용부 장관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 ‘근로자 휴게시설 설치 및 세부기준 이행 현황 점검’ 조항 신설 △서서 대기자세 유지, 고객용 화장실 이용 금지 등 관행 점검·개선 △휴게시설 설치 및 세부기준과 미이행 시 과태료 등에 관한 사항 법제화 등을 각각 권고했다.

인권위는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는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향유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으며, 근로기준법에는 노동자들의 쉴 권리와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 노동자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 피로를 풀고, 일·생활 균형 등이 가능한 노동환경을 조성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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