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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난민’ 김민혁군 친구 30명 “아들과 아버지 판정 왜 달랐나” 입장문

등록 2019-08-12 10:38수정 2019-08-12 20:36

김민혁군과 함께 아주중 졸업한 학생들
“8일은 친구과 생명을 지키려 했던 작은 정신 하나가 꺾인 날”
이란 국적 김민혁(16·오른쪽)군이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별관에서 난민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아버지(가운데)와 함께 발언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란 국적 김민혁(16·오른쪽)군이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별관에서 난민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아버지(가운데)와 함께 발언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란 출신 난민 김민혁(16)군과 함께 아주중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김군 아버지 ㄱ씨의 난민지위 불인정 판정과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아주중 졸업생 30명은 12일 ‘아주중 졸업생 입장문’을 내고 “지난 8일 난민 인정과 난민 불인정, 두 상황에 대한 입장문을 준비해야 했지만, 차마 난민 불인정에 대한 입장문을 쓸 수 없었다”며 “(민혁이의 아버님이) 난민 인정이 됐을 때 내려 했던 입장문 ‘10년의 꿈이 이루어지다’, 그 기쁨의 입장문 대신 우리는 정말 꿈에서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입장문을 지금 쓴다”고 밝혔다.

지난 8일 ㄱ씨는 난민 재심사 끝에 결국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이날 ‘ㄱ씨의 주장은 난민협약 제1조 및 난민의정서 제1조에서 규정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ㄱ씨에게 ‘인도적 체류 지위’를 부여했다. 인도적 체류 지위는 출신국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할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국가가 제공하는 보호 조처다. 이에 따라 ㄱ씨는 한국에 머물 수 있지만, 1년 단위로 ‘기타(G-1) 비자’를 연장해야 한다.

이란 출신 난민 김민혁군 아버지의 난민 인정을 요구하기 위해 지난 6월10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선 아주중 동창들 친구들. 왼쪽부터 오현록 아주중 교사, 윤명근군, 추경식군, 박지민군, 김민혁군, 최현준군. 연합뉴스
이란 출신 난민 김민혁군 아버지의 난민 인정을 요구하기 위해 지난 6월10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선 아주중 동창들 친구들. 왼쪽부터 오현록 아주중 교사, 윤명근군, 추경식군, 박지민군, 김민혁군, 최현준군. 연합뉴스
이란인 ㄱ씨는 2010년 당시 7살이던 아들 김군과 함께 한국에 온 뒤 천주교로 개종했다. 이후 종교적 난민을 신청했으나 2016년 난민불인정 처분을 받았고, 이어진 1·2심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이후 지난 2월19일 난민지위 재신청을 했다. 앞서 김군은 지난해 아주중 재학 시절, 아주중 친구들의 도움 등으로 인해 재심사를 통해 난민지위를 인정받았다.

아주중 졸업생들은 입장문에서 “2019년 8월 8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며, 민혁이가 울고 선생님이 울고 적어도 아주중이 운 날, 친구를 지키고 생명을 지키려 했던 작은 정신 하나가 꺾인 날”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같은 이유로 난민 지위를 신청한 아들과 아버지에게 아들은 박해의 위험이 있고, 아버지는 박해 위험이 없다는 판정은 인도주의를 짓밟고 공정성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법률까지 휴짓조각으로 만들어 버리는 부정의 한 판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렇게 지적한 이유에 대해 “민혁이와 아버지는 같은 가톨릭 개종자이고 같은 이란인이어서 똑같이 이란에서 배교죄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데, 미성년자인 아들보다 어른인 아버지가 박해의 위험도가 더 높고, 아들이 난민 인정을 받은 지난해보다 1년 뒤인 지금의 아버지 상황이 더 주목받는 상황인 건 누가 봐도 명백한 사실”이라며 “그런데 같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서 불과 1년 만에 같은 사안에 대해 정반대의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우리 국민이 아니면 아무렇게나 짓밟아도 되는 것인지 우리는 묻고 싶다”며 “그런 사고가 일제가 타민족이라는 이유로 우리 민족을 유린했던 것을 정당화한 생각, 주권을 잃어 난민과 같았던 우리 백성을 위안부로 징용으로 끌고 갔던 것을 합리화한 생각과 다른 생각일 수 있는가”라고 밝혔다. 이들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나와 민혁이와 아버님을 보내고 선생님과 헤어질 때까지 우리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지만, 다시 싸우자고 격려했지만, 농담도 하며 웃어보기도 했지만, 우리는 돌아오며 집에 가서, 학원 가다가 울었다”며 “우리는 힘이 많이 부족하지만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하며, 누가 됐든 우리의 슬픔 곁에 서 함께 하고 어둠 속에 버려진 이들을 감싸는 빛의 길을 걷자”고 호소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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