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클럽에서 사람들이 춤추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인도계 미국인인 ㄱ씨는 지난해 6월16일 자정께 한국계 미국인 ㄴ씨, 한국인 ㄷ씨와 함께 부산 지역에서 유명한 클럽에 방문했다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했다. 당시 클럽 직원은 클럽 입장을 위해 줄을 서 있던 ㄱ씨를 본 뒤 옆에 있던 ㄴ씨에게 “외국인은 입장할 수 없다”고 했고, ㄱ씨가 이유를 묻자 욕설을 하며 3명 모두를 쫓아냈다. 이후 ㄱ씨는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상당수의 외국인이 이 클럽에서 같은 경험을 한 사실을 확인했고, 같은 해 6월 “인종과 피부색을 이유로 상업시설 이용에 있어 차별을 받았다”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이에 해당 클럽은 “내국인만을 영업대상으로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개업 뒤 많은 외국인 사고 실태를 경험해, 사고 예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외국인에게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고 돌려보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 업체는 이 조처가 피부색이나 인종에 따라 출입 여부를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 조사 결과, 해당 클럽은 신분증 확인 등으로 내·외국인을 구분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출입제한 대상 여부를 ㄱ씨의 피부색과 같은 외관으로만 확인했다. 또한 ㄱ씨와 마찬가지로 외국인인 한국계 미국인 ㄴ씨의 입장은 가로막지 않았다. 따라서 인권위는 “인종과 피부색을 이유로 진정인의 클럽 이용을 제한한 것은 차별 행위로 판단하고, 해당 클럽에 인종과 피부색을 이유로 고객을 배제하지 않도록 영업방침 개선을 권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인권위는 그동안 인종과 피부색을 이유로 음식점과 목욕탕 등 상업시설 이용을 제한한 진정 사건의 경우 시정을 권고했지만, ㄱ씨의 사례처럼 주류 제공이 주된 영업인 클럽 이용에 대해선 ‘외국인 차별의 합리성’을 인정해왔다. 다른 자리에 접근이 개방적인 외국인의 술 문화와 내국인의 술 문화 차이로 손님 간 갈등 가능성이 있고, 주한미군 전용 클럽 등 외국인 전용 클럽도 존재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해당 클럽에서 내국인 출입 수익만으로 운영하는 방침을 정했다면 영업의 자유 측면에서 차별의 합리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인권위는 다인종·다문화 사회에서 더는 위와 같은 입장을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전원위원회 의결을 통해 이번 사건의 진정을 받아들여 해당 클럽에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협소한 장소에서 술에 취한 여러 사람이 밀집해 유흥을 즐기는 특성상 갈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특히 주의해야 하는 시설이 아니라는 점 △진정인을 포함한 일행들은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 △내국인 친구와 함께 이 사건 클럽을 이용하려 했으므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ㄱ씨의 클럽 이용을 제한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인을 배제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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