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보훈처)가 독립유공자 장손에 대한 취업 지원을 할 때 근거로 삼았던 장손의 기준을 남녀구분 없이 ‘첫째 자녀의 첫째 자녀’로 두기로 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보훈처가 장손을 ‘장남의 장남’으로 해석해 오던 지침을 남녀구분 없이 ‘첫째 자녀의 첫째 자녀’로 해석하는 것으로 개정했다”고 5일 밝혔다. 이는 보훈처가 “성 평등에 맞는 구제방안을 마련하라”는 인권위의 지난 3월 권고를 수용한 것이다. 보훈처는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16조에 따라 독립유공자의 장손이 질병 등을 이유로 직접 취업하기 어려운 경우 그의 자녀 중 1명을 지정해 장손을 대신해 취업지원 혜택을 주는 지침을 마련해 운용하고 있다.
아버지의 외할아버지가 독립유공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ㄱ씨는 지난해 보훈처에 취업지원 신청을 했지만, 보훈처는 ㄱ씨의 아버지가 ‘장손’이 아니라는 이유로 취업지원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답변했다. 당시 보훈처는 ‘장손’은 사회 관습적으로 ‘장남의 장남(1남의 1남)’인데, ㄱ씨 아버지의 어머니는 독립운동가의 ‘딸’이기 때문에 ㄱ씨 아버지가 ‘장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ㄱ씨는 “독립운동가 자녀 4남매 가운데 아들 2명은 6·25 전쟁 때 북한으로 갔고, 막내 딸은 일본 국적을 취득했기 때문에 맏딸의 아들인 아버지를 장손으로 인정하는 게 맞다”며 지난 1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국가기관인 보훈처의 권고 수용으로 남성의 우월적 지위, 여성의 종속적 지위라는 ‘호주제’ 관행에 근거한 성 역할 고정관념이 개선되고, 가족 내에서 성 평등 인식이 퍼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인권위법 50조에 따라 관계기관 등에 대한 권고와 관계기관 등이 한 조치 등을 공표할 수 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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